파울로 벤투 감독과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유로 대회,
브라질 월드컵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예상에 "아직 모든 게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확측을 아꼈지만,
"벤투 감독은 한국 역대 최장기 감독에 승률이 높다.
대답은 이걸로 충분하다"는 말에서 월드컵 순항을 예고하는 듯 했다.
이제, 부산 아이파크 이야기로 돌아와야 한다.
2020년 11월에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은 뒤에 유럽과 브라질에서 보고 경험했던 걸 접목하려고 했다.
페레즈 감독은 그동안 경험에 한국 축구와 연결점을 찾고 더 나은 팀을 구상했다.
부산 아이파크는 K리그1에서 1년 만에 떨어졌지만, K리그2에서 매년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2부리그 강등 뒤에 이동준,
김문환 등 핵심 선수들 이탈에 경험이 적지만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했다.
물론 걸출한 스트라이커 안병준을 데려와 결정력을 올렸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리그 5위에 머물면서 K리그2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실패했다.
다양한 전술적 실험에도 불안한 수비,
승점 관리 부족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페레즈 감독은 한 단계 도약을 믿었다.
■ 한국 축구와 연결고리, 6개월 적응기 필요했다
한국은 페레즈 감독에게 따스하고 긍정적인 나라였다.
환영받는 느낌이 들어 가족을 모두 데려왔다.
때때로 열정적이고 외국인을 환영하는 문화가 포르투갈과 닮았다.
"문화는 달랐지만 굉장히 좋았다"라며 한국과 부산의 첫 만남을 돌아봤다.
외부적인 요소는 만족했지만, 축구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많았다.
유럽과 브라질 문화 중에 어떤 걸 접목해야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브라질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뒤에서 대형을 지키기보다 앞에서 무언가 하길 바랐다.
"유럽, 포르투갈과 매우 다른 축구 환경이었다. 한국-유럽 연결보다,
브라질 스타일과 흡사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공수 전환, 철학에 있어 앞보다 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우리는 위험 부담을 가지더라도 전진해야 더 좋은 결과를 만들 거로 판단했다.
중간 지점을 찾고 접목해야 했다."
선수들과 소통법도 고민했다.
'오픈 마인드'를 강조하며 적극적인 소통을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
수동적인 태도보다 능동적인 질답을 요구했고 하나하나 개선했다.
솔직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 신뢰를 쌓으려고 했다.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면 잘 따른다. 이건 유럽보다 낫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를 왜 하냐고 물으면 대답하지 못한다.
'그냥 하겠다'며 수긍한다. 감독에게 질문을 어려워했다. 솔직하게 대면으로 말하기보다 메시지,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양쪽 문화에 적응하고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게 1년 프로세스였다."
그라운드 안에서 결과를 위해 능동적인 소통이 필요했다. 게임 모델 안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가 필요했다. 경기장에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판단을 해야 한다.
감독은 선수보다 멀리 있고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감독 말만 듣고 눈치를 보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고 해결해야 했다.
페레즈 감독은 "6개월 동안 적응기"라고 말했다. 6개월 뒤에 선수단이 점점 변했고,
원하는 팀 분위기와 소통이 가능했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좋은 시즌을 보냈다.
K리그에 긍정적인 축구를 전달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고 그렇게 됐다.
차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였지만 매우 흥미롭고 재밌었다"며 미소 지었다.
■ 무리뉴처럼 2년차? 우리는 말이지...
페레즈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지휘봉을 잡은 뒤에 1년 차(소개), 2년 차(발전),
3년 차(지속)를 계획했다. 강등 뒤에 핵심 선수들이 이탈했던 만큼,
젊은 선수로 리빌딩이 필요했다. '소개' 부분에서 최대한 많은 선수를 점검했고 1군에서 경쟁력을 확인했다.
"우리는 큰 그림을 가지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필요했던 선수들이 1년 차를 지냈다면,
2년 차에 경험을 가지고 한 단계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도 다른 어린 선수들이 '소개' 단계를 밟을 수 있다.
안병준 등 경험 있는 선수들이 서포트하며 이끌어 줄 수 있다.
그러면 점점 퍼포먼스를 보여줄 선수들이 나오고 긍정적인 순환이 된다."
페레즈 감독은 칠판에 3년을 그리며 단계별로 설명했다.
마치 대학 강의같은 인터뷰에 문득 궁금증이 스쳐갔다.
2년 차에 '발전'으로 팀 레벨이 올라온다면,
포르투갈 출신 조제 무리뉴 감독의 2년 차처럼 우승 혹은 결과를 얻는다는 말이 아닐까.
페레즈 감독에게 '무리뉴 감독처럼 2년 차에 최고의 성적을
낸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게임 모델을 주입하고 팀을 운영하는 틀은 비슷하지만 선수단 퀄리티에서 차이가 있었다.
무리뉴 감독은 어느정도 완성된 스쿼드였지만, 부산 아이파크는 발굴하고 발전해 도약하는 단계였다.
"무리뉴 감독은 '소개' 단계부터 경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FC포르투 시절에도 완전한 하이레벨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이 있었다.
첼시,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최고의 선수와 함께했다.
우리와 다른 이유로 2년 차에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페레즈 감독은 1년 차 '소개' 단계에서 반짝이는 선수들이 경험치를 얻었기에,
더 나은 2년 차를 확신했다. "현재 우리는 2부리그에 있다.
우리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좌표"라며 U-19 대표팀,
U-23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되고 있는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짚었다.
■ 1부 승격? 확답 아꼈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소개', '발전', '지속성'. 3단계 순환 모델에 올해도 젊은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밟을 예정이다.
1월 동계 훈련과 친선전에서 17세 이하(U-17) 팀을 지켜보고 발굴해 더 젊고 역동적인 팀을 구상했다.
동계 훈련에 적은 체력 훈련 비중, 시즌 중에 전술적인 운영 등 비판을 존중했다.
하지만 '절친' 벤투 감독이 확고한 플랜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처럼,
큰 틀에서 철학은 바꾸지 않는다. 비판을 이해하고 존중하되 결과로 보여주려는 각오다.
"언제나 무언가 잘 안 되면 비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피트니스 측면을 예로 들면,
부상이 적었고 많은 선수가 뛰었다. 말이 아닌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전술적, 테크닉, 피지컬, 심리적, 선수들에게 필요한 개인적인 부분까지 혼합한 훈련 방식이 잘 녹아들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우리 일이자 내 책임이다."
2022년 부산 아이파크 목표는 승격이다. 페레즈 감독은 확답을 아꼈다.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에서도 "어린 선수들이 성장했고 수비에 안정감이 발전했다.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올해 목표는 지난 시즌보다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미디어 캠프보다 더 확신에 찬 말투였다.
"베테랑 선수들과 젊은 선수 조화가 좋다. 핵심 미드필더 김진규도 작년에 비해 더 발전했고,
올해 한 단계 올라간 축구를 보여줄 수 있다. 2021시즌과 2022시즌을 비교한다면?
당연히 2년 차는 1년 차보다 좋아야 한다"는 말에서 승격 의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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