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할 설날에 원주 DB는 씁쓸함과 해결해야
할 과제만 떠안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원주 DB는 지난 2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63-81로 완패했다.
설날 연휴 2일 연속, 많은 농구팬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잠시 2월 1일로 되돌아가보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맞아 많은 가족 팬들이
귀중한 시간을 쪼개 창원 체육관을 찾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 그 자체였다.
LG는 2쿼터에 12개의 야투를 시도해 1개를 성공, 단 2점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가장 쉬운 득점 루트인 자유투로도 점수를 쌓지 못했다. 이날 LG의 자유투 성공률은 43%였다.
당연히, 경기 결과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LG는 이날 총 71개의 야투를 시도해 16개를 성공했다.
23%의 저조한 필드골 성공률과 함께 41점이라는 스코어를 남겼다.
그들이 기록한 41점은 KBL 출범 이후의 최소 득점과 타이기록이다.
2012년 1월 11일 안양 KGC가 원주 동부(현 원주 DB)와의 원정 경기에서 기록한 이후,
LG가 10년 만에 다시 불명예를 안은 셈이다. 이날 경기 후, 프로 선수들이 40분 동안
41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냐며 경기력을 비판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다음 날, 2일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원주 DB는 홈으로 KGC를 초대해 연패 탈출에 나섰다.
역시 KBL 인기 구단답게 원주종합체육관에도 평소보다 많은 팬들이 방문했다.
DB는 다양한 이벤트와 경품, 설날 맞이 특별 공연으로 코트 외에서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 요소를 제공했다.
하지만 제일 하이라이트인 본 경기는 그렇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DB의 경기력도 지난 1일 창원 LG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DB는 경기 초반부터 시종일관 KGC에 끌려다녔다. 수비와 공격 전부 이뤄지지 않았다.
변준형(188cm, G)은 DB의 준비된 수비를 쉽게 무너뜨리며 동료들과 패스 플레이로 흐름을 가져왔다.
KGC는 1쿼터부터 외곽슛에 약점을 지닌 박찬희(190cm, G)를 상대로 일정 거리를 두는 수비를 전개했다.
박찬희는 KGC의 수비에 보란 듯이 자신감 있게 5번의 슛 시도를 가졌다. 하지만 이는 전부 림을 외면했다.
박찬희의 수비수는 인사이드에 위치한 조니 오브라이언트(204cm, C) 도움 수비를 준비하기 바빴다.
DB는 전반전부터 샷클락 바이얼레이션, 이지샷 미스, 험블, 패스 미스 등 보여줄 수 있는
턴오버란 턴오버는 다 보여줬다. 추격의 분위기를 형성하려 하면 그들 스스로 패스 미스로 얼음 물을 끼얹었다.
또, DB는 전반전에 강상재(200cm, F)-김종규(207cm, C)-오브라이언트로 이어지는 빅
포워드 라인을 가동하기도 했다. 정통 센터가 아닌 대릴 먼로(197cm, C)와 오세근(200cm, C)이
버티는 골밑을 상대로 제공권 우위를 점할 수 있던 상황. 하지만 세 선수 모두
외곽을 겉돌며 미드-레인지 점퍼와 3점슛을 던졌다. 이마저도 림을 통과하지 못했다.
DB는 전반전, 본인들이 갖고 있는 높이에서의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20분 동안 4개의 2점슛만 성공했고, 3점슛 성공률이 2점슛 성공률보다 높은 모습을 연출했다.
후반전에도 경기의 양상은 뒤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앞서는 KGC가 DB를 거세게 압박했다.
DB는 KGC 선수들의 가벼운 손질과 도움 수비에 볼을 놓치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KGC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빠르게 아웃 넘버 상황으로 전개해 쉬운 득점을 올렸다.
DB는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이준희(192cm, G), 박경상(178cm, G),
윤호영(197cm, F) 등 많은 벤치 자원들을 기용했다.
하지만 식스맨들 역시 팀플레이, 호흡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연이어 패스 턴오버를 기록했다.
팀 내 득점 1위인 허웅(185cm, G)도 아쉬운 수비력을 보이며 KGC 선수들의 몸싸움과 수비에 고전했다.
또 그답지 않게 에어 볼도 기록하며 부진하는 모습이었다.
흐름을 잡은 KGC는 빠른 패스 워크와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 득점으로 격차를 30점으로 벌렸다.
DB는 3쿼터에만 8개의 턴오버를 기록했고 턴오버로만 9점을 내줘 자멸하고 말았다.
당연히, 승리의 여신은 3쿼터 종료와 함께 KGC의 손을 들고 있었다.
DB는 4쿼터, 이준희의 폭풍 15점에 힘입어 간신히 60점 고지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수비가 타이트하지 않았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었다. KGC는 주현우(197cm, F),
우동현(176cm, G), 함준후(195cm, F) 등 벤치 자원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 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다.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분들께 죄송하다.
개개인의 문제를 떠나 전체적인 선수들의 움직임과 내용이 좋지 않다.
휴식기 이후 팀이 정체돼 있는데 어떠한 방법이 됐든 구조를 빠르게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DB는 휴식기 전 평균 79.4점을 넣고 78점을 허용했다.
공격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해 승리를 쟁취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그들은 평균 80.5점을 기록, 91.2점을 내주고 있다.
공격력은 그대로지만 견고했던 DB의 성벽은 완벽히 무너진 상태다.
100점대 실점 경기가 3번, 80점대 실점 경기를 3번 기록하고 있다.
물론, 레너드 프리먼(203cm, F)의 공백도 무시할 수 없다. 프리먼은 림 프로텍팅과 스크리너,
허웅과 2대2 플레이로 2옵션 외국 선수로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프리먼이 빠지자 선수 로테이션은 물론,
최근 허웅의 공격 옵션도 위력이 반감된 모습이다. 하루 빨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할 DB다.
DB는 다가오는 5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원정 경기를 갖는다.
DB는 한국가스공사와의 맞대결에서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그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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