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 추첨 당시만 하더라도 '역대 최악의
조에 편성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5개 팀(이란·아랍에미리트연합·이라크·시리아·레바논)
모두 중동 국가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최종예선 상대가 모두 중동 국가로 편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유독 중동 원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데다, 이란을 제외한 한 수 아래의 팀들과의
맞대결에선 밀집수비나 침대축구까지 극복해야 했던 터라 최종예선 여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마저도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표현으로 혹독한 조편성 결과에 아쉬움을 드러냈을 정도였다.
실제 초반 여정부터 흔들렸다. 지난해 9월 당시 피파랭킹 70위 이라크와 첫 경기부터 득점
없이 비기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손흥민(토트넘)은 혹사 논란 속에 이어진 레바논전에 부상 결장했고,
진땀 끝에 레바논에 1-0 진땀승을 거뒀다. 10월 시리아전 역시 1-1로 맞서다 후반 44분에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 덕분에 가까스로 승리를 챙겼다. 벤투호의 최종예선
초반 흐름은 분명 기대에 크게 못 미쳤고, 위기론도 끊임 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최대 고비'였던 이란 아자디 원정길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홈에서 1-0으로 꺾으면서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마침 한국과 이란을 제외한 다른 팀들이 서로의 발목을 잡으면서
A조 판도는 한국과 이란의 양강체제로 일찌감치 굳어졌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라크(중립)와 6차전을 3-0 완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2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둔 건 이라크전이 처음이었다. 이어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튼)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레바논 원정길에서 1-0 승리를 거뒀고,
1일 시리아(중립)와 맞대결에서도 2-0 승리를 챙기는 데 성공했다.
이란 원정 무승부 이후 예선 4연승의 파죽지세를 달린 한국은 결국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달리며 승점 20점 고지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11골을 넣었고, 단 2골만을 실점하는 완벽한 기록까지 더했다.
결과는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이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이어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엔 최종전까지 모두 치른 뒤에야
월드컵 진출 여부가 결정됐다. 월드컵 최종예선 막바지마다 늘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했는데,
이번 월드컵 최종 예선만큼은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월드컵 티켓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브라질과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전 세계 6번째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까지 달성했다. 벤투호의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여정은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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