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개월 전, 월드컵 최종예선이 시작했을 때만해도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고집불통’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시계를 돌려 2018년 9월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벤투 감독은

 ‘빌드업(Build up)’이라는 색깔을 내세웠다.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빌드업’은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볼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전략을 말한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공간을 이용한

 빠른 돌파가 색깔이었다. ‘빌드업’은 한국 축구에는 새로운 길이었다.

팀 컬러를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2018년 9월 7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2-0 승리를 시작으로 2019년 1월 25일 

카타르와의 2022 아시안컵 8강전 0-1로 패하기 전까지 11경기 무패(7승 4무)를 기록했다

. 2019년 3월 26일에는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1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답답한 장면이 많았다. 팬들 사이에선 벤투 감독이 지나치게 빌드업

 축구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얼굴을 뽑지 않고 늘 쓰는 선수만 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빌드업’이 한국 축구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벤투 감독의 소통 능력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고집불통’ 리더십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비판 여론이 점점 커졌고, 정점은 지난해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3 대패를 당한 것이 뼈아팠다.

 이후 9월 안방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이라크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2차전 레바논전에서 1-0으로 간신히 승리할 때만 하더라도 벤투 감독의 경질론이 커졌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뚝심을 지켰다. 짧은 대표팀 소집기간 동안 손발을 맞추기 

어려우면 빌드업 축구에 적응이 더뎠던 태극전사들도 달라졌다. 최종예선을 거듭하고 선수들이

 꾸준히 손발을 맞추면서 빌드업 축구는 점차 완성도를 높여갔다.

 소집 때마다 전술과 선수 구성이 바뀌지 않다보니, 가능한 일이었다.

빌드업 축구의 중심이자 동시에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이었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황인범(루빈 카잔)과 정우영(알사드)이 자리잡으면서 대표팀의

 볼전개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고, 특유의 짜임새가 더해졌다.

특히 벤투호는 지난해 10월 12일 ‘원정팀 무덤’으로 

불리는 아지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을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이어 이라크와 원정

 6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면서 빌드업 축구가 완성됐음을 증명했다.

어느 정도 빌드업 축구가 결실을 맺자, 벤투 감독은 새 얼굴을 발탁하는데 중점을 뒀다. 캡틴 흥민,

 황희찬 등의 부상이 겹친 것도 있지만, 조규성(김천), 김진규(부산), 백승호(전북), 김건희(수원) 

등이 벤투호의 새로운 자원으로 떠올랐다. 그밥에 그나물이라던 선수 기용 평가도

 터키 전지훈련 기간 중 아이슬란드, 몰도바 등 유럽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확 달라졌다.

그리고 레바논, 시리아와의 중동 2연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 조기

진출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벤투호는 역대급 최종예선 통과라는 평가로 뒤바뀌었다.

벤투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라는 기록과 함께 한국 축구의 색깔을 바꾼 

지도자라는 칭찬을 듣기 시작했다. 물론 본선에서의 경기력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벤투식 빌드업은 한국 축구에 순조롭게 녹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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