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전례 없는 특이한 2+2년 총액 56억 원의 FA 계약을 맺었던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32). 

첫 2년 간 최대 26억 원이 보장되고 이후 2년은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단이 계약 연장 여부를 먼저 선택할 수 있었다. 

구단이 계약을 이어가지 않을 경우 안치홍에게 바이아웃 1억 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구단이 계약 연장을 원할 경우 안치홍에게 선택권이 넘어가는 계약이기도 했다. 

안치홍이 만약 계약 연장을 원하지 않을 경우 완전한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됐다.

지난해가 안치홍의 2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었고 겨울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와 안치홍은 겨울이 아닌 한여름이던 7월 말, 일찌감치 계약 연장에 합의했다. 

안치홍 측은 자유계약선수로 나서는 시나리오도 준비했다. 

당초 규약상으로 2년 계약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가 될 경우, 

FA 선수는 아니기에 다년 계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안치홍 측은 KBO에 법적인 검토를 요청했고 

‘FA 선수가 아니더라도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안치홍은 보상에 아무런 제약 없이, 시장에서 새로운 다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완전한 자유계약선수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2019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은 소속구단인 KIA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이때 롯데가 안치홍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안치홍은 자신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도와준 롯데를 향한 보답으로 계약 연장을 선택했다.

그는 계약 연장 직후 “크게 고민할 것은 없었다. 2년 계약을 받고 롯데에 오면서 도전을 얘기 

했었는데 (롯데 덕분에)그 도전을 시작할 수 있었고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다.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첫 FA 계약을 힘들게 했다. 

기회를 줬고 내 앞 길을 열어준 구단이다. 이 기회가 없었으면 내가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부질 없었을 것”라며 구단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게약 연장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안치홍이 롯데에서 펼치는 커리어 ’제2장’의 키워드는 ‘보은’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못지 않은 충성심을 보이며 롯데에 잔류했는데, 

구단은 안치홍에게 지난 2년 보다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핵심 타자였던 손아섭이 NC로 이적했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췄던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팀을 떠났다.

 대신 동갑내기 유격수 이학주가 삼성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했다. 

손아섭이 이탈하면서 생긴 팀 타선 생산력을 안치홍이 좀 더 분발해서 채워야 하고 마차도가 

없는 내야에서 이학주와 함께 중심을 지탱해야 한다. 

이학주의 적응과 연착륙에도 일정 부분 도움을 줘야 한다.

안치홍은 지난해 119경기 타율 3할6리(421타수 129안타) 10홈런 82타점 OPS .837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23홈런) 이후 3년 만에 두 자릿수 홈런과 8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2루수로 안정적으로 기회를 부여 받자 타격도 본궤도에 올라섰다. 

지난해 3할5푼9리의 득점권 타율은 안치홍의 해결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였고 3할7푼9리의 출루율로 출루 능력까지 보여줬다.

 롯데 이적 이후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라는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타순에 맞는 역할을 소화하며 팀 타선에 윤활유가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공수에서 좀 더 안치홍의 영향력이 커져야 한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재편되는 선수단 특성상 안치홍은 중고참급 역할과 선수단 내 가교 역할까지 해야 한다. 

‘보은’의 시즌을 시작하는 안치홍. 앞선 2년 보다 더 큰 

역할이 요구되는 향후 2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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