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29)은 국가대표다.
이승현은 2월 2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출전한다.
이승현은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전설의 길을 걷는다.
그는 2014-2015시즌 KBL에 데뷔해 통산 290경기에 출전 중이다.
통산 기록은 경기당 평균 11.4득점, 5.8리바운드, 2.4어시스트, 1.0스틸.
이승현은 외국인 선수와 일대일로 맞설 수 있는 내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SPOTV 추일승 농구 해설 위원은 "이승현은 코트 안팎에서 흠잡을
데가 없는 선수"라며 "어떤 감독이든 예뻐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한다.
이승현은 농구만 잘하는 게 아니다.
이승현은 2018년부터 기부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승현은 휠체어 농구단(고양 파이브휠스)과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돕고 있다.
이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려졌다. 이승현이 "기부하는 걸 알리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며 끝까지 숨기려고 한 까닭이다.
고양 파이브휠스 농구단은 1월 22일 이승현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2018년부터 파이브휠스를 도와온 데 대한 감사 표시였습니다.
그날 파이브휠스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이승현 선수가 '기부 사실을 절대 알리지 말아달라'며 마지막까지 감사패를 거부했다"고.
구단에도 얘기했습니다.
감사패를 받는 게 맞나 싶었어요.
네?
기부는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에요.
감사패를 받을만한 일이 아니죠. 지금도 같은 생각입니다.
구단과 파이브휠스 모두 이승현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파이브휠스에서 계속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패를 꼭 전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고심 끝 저 또한 감사한 마음으로 감사패를 받기로 했죠.
기부를 시작한 계기가 있습니까.
4년 전 일 거예요. 아버지께서 "(이)승현아, 네가 남들보다 조금 더 벌지 않느냐.
이럴 때 조금 어려운 분들을 도와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셨습니다.
공감했죠. 아주 좋은 일이고요.
취재해보니 파이브휠스만 도와온 게 아니었습니다.
사단법인 다사랑공동체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지역아동센터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돕고 있더군요.
아. 그건 또 어떻게 아신 겁니까(웃음). 제가 대단한 직업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대단히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남을 도울 여유는 있습니다.
프로농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아이들에겐 농구화 가격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농구화를 지원하는 것만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오리온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오리온 관계자는 "이승현이 2021년 모기업 간식을 사는 데만 약 2천만 원 썼다.
이를 아이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승현은 그룹에서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특별한 고객"이라고 했습니다.
과자 박스 들고 아이들 찾아가면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아주 좋아해요. 그런 걸 보면 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도 행복해지죠.
취재하면서 놀랐습니다. 이승현의 선행은 이걸로 끝이 아니더군요.
모교 후배들도 지원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교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승현도 없겠죠. 프로농구 선수 이승현이 탄생하는 데 도움을 준 곳들입니다.
모교를 꾸준히 지원하는 건 아니에요. 생각날 때만 합니다(웃음). 장학금, 농구용품, 간식 등을 전달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기부활동입니다.
아버지가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나가는 아들에게 해준 말이 있습니까.
아버지는 무뚝뚝하십니다. 자식에겐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으세요.
어머니에게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놓으시죠. 기부와 관련해선 딱히 나눈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요.
아버지, 어머니 모두 "늘 감사하는 마음 잃지 않아야 한다.
네가 받은 만큼 베푸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저도 공감해요.
농구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제 본업인데 당연히 해야죠.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팀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팀 기둥인 허일영이 서울 SK 나이츠로 향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승현은 올 시즌 더 큰 책임감을 안고 뛰는 듯합니다.
솔직히 (허)일영이 형 공백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한 축이 빠진 겁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형이기도 하고요. 코트에 함께 서 있는 것만으로 든든했는데...
일영이 형이 팀을 떠나긴 했지만 여긴 프로잖아요.
누군가는 일영이 형의 자릴 대체 해야죠.
이전보다 팀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게 사실이에요.
예를 들어줄 수 있나요.
코트 안팎에서 어떤 행동을 하든 한 번 더 생각해요. 내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말이죠.
연습할 때나 실전에서나 제가 먼저 한 발씩 더 뛰려고 하고요. 일영이 형은 요즘 잘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행복해 보입니다(웃음). 일영이 형과 우승컵 두고 후회 없는 승부 펼치고 싶네요.
남은 경기에서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부재로 어느 해보다 힘든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추승균 해설위원이 이런 얘길 하더군요. 추 위원은 "선수 시절 외국인 선수를 수비한 날엔 잠을 못 잤다.
온몸이 아프고 회복 속도도 매우 더뎠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승현 선수가 떠오르더군요. 외국인 선수 수비를 자주 하지 않습니까.
추승균 선배 말에 120% 공감합니다. 외국인 선수와 수없이 부딪힌 후 집으로 돌아오면 온몸이 아파요.
몇 대 얻어맞은 것처럼 말이죠. 심하면 잠을 못 잡니다. 내국인 선수, 외국인 선수는 피지컬이 다르잖아요.
타고난 것이기 때문에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외국인 선수와 코트에서 치열하게 대결한 후 미국 프로농구(NBA)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해요.
어떤 생각이요?
도대체 어떤 사람이 NBA에서 뛰는 걸까 싶어요. NBA에서 가드로 뛰는 선수들이 저보다 큽니다.
힘도 좋아요. 운동 능력은 말할 것도 없죠. KBL 최고 선수로 꼽히는 자밀 워니(SK),
라건아(전주 KCC 이지스) 등만 해도 차원이 다른 느낌인데... 농구가 참 어렵습니다.
농구계는 KBL에서 외국인 선수를 일대일로 수비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내국인 선수로 이승현을 꼽습니다.
이 악물고 버티는 거예요. 솔직히 다른 선수가 수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20득점 이상 줍니다.
한 자릿수 득점으로 막는 건 매우 어려워요. 대신 승부처에서만큼은 실수가 나올 수 있게끔 합니다.
1쿼터 시작부터 계속 귀찮게 하는 거예요. 체력을 빼놓는 거죠.
상대 외국인 선수가 짜증을 내든 욕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코트에 들어서면 어떻게든 팀 승리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죠.
NBA 출신이자 이란 농구 스타인 하메드 하다디(218cm)를 일대일로 막아본 적이 있습니다.
하다디는 어땠습니까.
만약 라건아나 하다디 중 한 명을 수비해야 한다면, 하다디를 선택할 겁니다.
라건아는 체력, 높이, 힘을 두루 갖춘 데다가 슛까지 정확해요. 라건아는 하다디를 앞에 두고 20득점 이상 올리는 선수입니다.
못 막아요. 하다디는 높이가 강점이지만 골밑에서 자릴 잡지 못하게 하면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하다디 선수를 막을 땐 그 생각으로 죽자 살자 뛰었죠.
2021-2022시즌 35경기에서 뛰며 경기당 평균 13.5득점, 5.9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 중입니다.
평균 출전 시간은 34분 48초.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은 평균 득점을 올리고 있어요.
수비에선 국내·외 선수를 가리지 않고 부딪힙니다. 많은 팬이 이승현이 지치진 않을까 걱정하더군요.
저는 프로입니다. 매 경기 40분을 뛸 수 있도록 준비해요.
그렇게 해야 시간과 비용을 들여 코트를 찾아준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2021-2022시즌 플레이오프엔 반드시 오르겠습니다.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에요.
플레이오프에서의 승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매 순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2월 24일부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나서야 합니다.
처음 농구를 시작한 날부터 국가대표를 꿈꿨어요. 뽑아주실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에요.
오리온에서와 마찬가지로 죽을힘을 다할 겁니다. 딱 한 가지 걱정이라면...
네?
마닐라를 다녀오게 되면 자가격리를 해야 합니다. 소속팀엔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그 시기 오리온에 도움을 못 주는 건 아닐까 걱정이죠. 잘 해결됐으면 합니다.
코트 안팎에서 모범이 되는 선수입니다. 추일승 해설위원은 "이승현은 어떤 지도자를
만나든 예쁨받을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표현했습니다. 농구계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저는 대단한 운동능력을 타고난 선수가 아니에요. 키가 엄청나게 큰 것도 아니죠.
한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을만한 능력도 없습니다. 단, 팀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커요.
그래서 늘 한 발 더 뜁니다. 악착같이 수비하고 리바운드에 가담하죠. 언젠가 코트를 떠났을 때 이런 얘길 듣고 싶어요.
어떤?
'저 자린 이승현 거다. 이승현이 아니면 안 된다'란 소릴 들으면
성공한 농구 인생 아닐까요. 오늘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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