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영 뒤에 공은 없었다. 순발력을 커버하는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팀을 든든히 받쳤다.
GS칼텍스는 29일 한국도로공사에 3-0 완승을 거뒀다. 5라운드 첫 단추를 잘 끼우면서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모마(22점), 유서연(13점), 강소휘(13점) 등 고른 활약을 펼친 삼각편대 뒤에는
오지영의 안정감을 빼놓을 수 없다. 오지영은 이날 리시브 효율 57.89%에 디그 27개 시도 중 25개를 성공했다.
어택 커버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상대 블로킹에 맞고 튄 공에 대한 집중력이 좋았다.
도로공사의 강점인 블로킹이 주춤한 것도 오지영의 탁월한 위치 선정이 있었기 때문.
오지영은 “훈련할 때 준비했던 게 결과로 나와서 좋았다”라면서 “김해란 선수나 김연견 선수를
보면 순발력이 좋다. 그에 비하면 나는 순발력이 떨어지기에 위치 선정이라도 잘해보려 신경 썼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오지영은 출발이 좋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에서 물오른 기량을 과시, 이소영의 보상 선수로
2021-2020시즌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활약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엉덩이 근육 통증으로 시즌 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적응 기간도 가져야 했다. 원 리베로 체제로 리시브와 디그를 모두 책임졌던 KGC인삼공사와 달리
GS칼텍스는 투 리베로 체제였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에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오지영은 “투 리베로 체재는 처음 해봤다. 리시브를 해야 하는데, 식었던 몸을 다시 끌어올리려고
하니까 힘들더라”라면서 “리듬이 맞지 않았다.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차상현 감독 GS칼텍스 감독은 “부상으로 본인도 고생했고, 지켜보는 나도 힘든 시간이었다”라면서
“혼자 리베로를 책임지면서 잘 버텨주고 있다. 욕심을 내자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5~6라운드에 좀 더 준비한다면 계속 올라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라고 전했다.
복귀했던 2라운드, 리시브 효율은 29%였다. 3라운드와 4라운드는 각 41%, 38%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차상현 감독은 “적응기는 끝났고, 부상 회복도 마무리됐다. 본인이 가진 기량을 가져가면서,
얼마만큼 유지하냐에 달렸다”라고 판단했다.
새 팀 적응, 부상, 경기 루틴 등. 시행착오 속 차상현 감독의 믿음이 오지영을 일으켜 세웠다.
오지영은 “경기력이 너무 나오지 않을 때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그때 감독님께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나를 믿고 기다려주신다고 하셨다”라고 털어놨다.
믿음에 보답하고자 했다. 오지영은 “못 뛰고 쉬고 있을 때, 혼자 뛰는 리베로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곤 했다. 감독님께서 믿고 넣어주신 부분에 대해 모든 걸 보여드리면서 보답하고 싶었다”라며 웃었다.
GS칼텍스는 3위에 랭크됐다. 2위 한국도로공사와는 5점 차다. 이변이 없는 GS칼텍스가
봄내음을 맡는 것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오지영도 생애 첫 봄배구를 경험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지영은 “봄배구는 처음이다. 긴장된다기보다는 나는 큰 경기에 들어가면 냉정해진다.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설렐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나한테도 기회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차근차근 준비하려 한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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