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反美)를 고리로 한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관계와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완충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에 맞서 동맹 수준의 전략적 공조를 하고 있는 중러관계에 비춰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미중러 3각 관계의 틀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렇다보니 중국이 베이징동계올림픽(2월 4∼20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친구의 잔치에 재를 뿌리는 행동을 하는 데 신중할 것이라는 예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예상은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주요 당사자인 미국 측으로부터도 거론됐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26일(현지시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2월 4일이고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건 우리 모두 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그 순간을 선택한다면 열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셔먼은 그러면서

 베이징 올림픽이 푸틴 대통령 결정의 시점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중러관계를 감안할 때 베이징올림픽이 우크라 사태를 둘러싼 

대화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투영된 발언으로 해석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간접적으로 엮이게 된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

 국제사회에 올림픽 휴전 결의의 준수를 촉구하는 미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며 나토의 확대는 집단정치의 집중적인 구현"이라며 나토의 

동진을 대 우크라이나 무력 시위의 중요 이유로 삼고 있는 러시아에 힘을 실어 줬다.

한반도, 대만 문제 등에서 러시아가 철저히 중국 편을 들어주고, 유럽 문제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확고히 지지하고 있는 최근 중러 밀월의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반면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각국이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베이징동계올림픽 휴전 결의'를 준수할 것을 호소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기간을 포함하는 1월 28일부터 3월 20일까지 전쟁을 중단하자는 유엔

 총회 결의를 지키라는 메시지였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러시아를 

이 메시지의 주된 청자로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재 국제사회의 분위기다.

중국이 이런 메시지를 낸 터에 러시아가 올림픽 기간 중 군사행동을 강행할 경우 중국의 체면이 

크게 손상되고, 올림픽 분위기도 급격히 냉각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도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의 관심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림픽 개막식(2월4일) 

참석을 위한 중국 방문을 계기로 열릴 중러 정상회담에 쏠릴 전망이다.

시 주석으로선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사태의 긴장 완화로 연결될 수 있는 내용의 육성을

 끌어냄으로써 서방의 '외교 보이콧'(올림픽에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얼룩진 대회를 평화 촉진의 무대로 반전시키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중러 정상회담 전에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에서 모종의 진전 또는 돌파구가 나올 때 가능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진전이 없다면 푸틴이 베이징올림픽을 우크라이나 사태 '출구 전략'에 활용할 

가능성은 미미하고, 결국 올림픽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시간적 유예'만 이뤄내는데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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