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는 7~8년 전만 해도 외국인 선수들이 눈독을 들이던 무대였다. 

OK저축은행의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괴물' 로버트랜디 시몬(쿠바)을 비롯해 괴르기 그로저(헝가리), 

마이클 산체스(쿠바)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V리그에서 뛰었다.

이들이 유럽 대신 V리그를 선택했던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자유계약 시절이었다. 

임금체불이 없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외인 샐러리캡(연봉 총액)이 무용지물이었고, 뒷돈이 오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방지하고자 KOVO(한국배구연맹)는 2016~2017시즌부터 남자부도 외인 트라이아웃을 시행했다. 

그러자 외인 선수 퀄리티가 뚝 떨어졌다. 상당수 톱 클래스급 선수들은 트라이아웃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를 자존심 상한다고 받아들였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부상 또는 기량 미달로 외인 교체가 될 때 잔여연봉에 대해 45일밖에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KOVO 외인선수 계약서에 명시된 로컬룰이다.

사실 이 로컬룰은 국제배구 규정과 배치된다. 

배구 선진리그로 평가받는 유럽에선 선수 교체가 필요한 경우 기존 선수의 잔여연봉을 모두 보존해준다. 

그나마 부상을 하면 선수가 스스로 교체를 이해한다. 

각국 국가대표임에도 기량 미달이라는 평가에 교체되는 것도 황당한데 잔여연봉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규정에 스타 플레이어들이 V리그에 오길 꺼려한다는 것이 복수의 배구 에이전트들 이야기다.

분명 트라이아웃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잔여연봉 지급 문제로 국제배구연맹(FIVB)에 소송이 걸린 구단도 있었다.

좋은 외인이 오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또 있다. 

"V리그에 오면 몸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미 V리그의 높은 외인 의존도를 경험한 톱 스타들이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의 질문에 하는 대답이다. 

때문에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는 건 유럽에서 연봉이 5~6만달러밖에 되지 않는 선수들 뿐이다. 

유럽에서 받는 연봉보다 10배 이상 벌 수 있기 때문에 힘듦을 각오하고 참가 신청서를 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기본적으로 트라이아웃에서 뽑히는 선수의 기량이 떨어지는데 

교체할 때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 중에서 뽑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구단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외인 선발 방식에 대해 변화를 주려 한다. 

남자 7팀 사무국장들은 지난해 외인 선발 방식을 트라이아웃에서 자유선발로 변경하자는데 합의했다. 

1년차 세금이 포함된 연봉 40만달러, 2년차 60만달러라는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다만 시행 시점은 2~3년 뒤로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좋은 외인들이 V리그에 사라졌다는 불만을 가지기에 앞서 규정 보완을 통한 V리그 이미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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