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가 “금지약물 검출은 할아버지의

심장약이 섞인 탓”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전문가들의 거센 반박에 부딪혔다. 

도핑에서 확인된 검출 농도가 일반 선수의 200배에 달하며, 

이는 매일 정량을 복용했을 때 나오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반도핑기구(USADA) 트라비스 타이가트 위원장은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발리예바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경기력 향상 물질을 복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지약물 

1종과 허용약물 2종을 함께 사용한 것은 지구력을 높이고 

피로를 덜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논란은 발리예바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기간 제출한 도핑 샘플에서 협심증 

치료제이자 흥분제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전해지면서다.

심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 하이폭센과 엘카르니틴도 

함께 나왔으나 두 약물은 금지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 하이폭센은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증명돼 

2017년 USADA에서 금지약물 지정을 추진한 바 있다.

발리예바 측은 이후 가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서 할아버지의 심장질환 치료제를 핑계로 들었다.

 할아버지와 물컵을 나누어 쓰는 과정에서 복용약이 섞이는 바람에 소변 샘플이 오염됐다는 취지다.

 그러나 타이가트 위원장은 이를 두고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발리예바의 소변 샘픙에 검출된 트리메타지딘의 농도는

 1mL당 2.1ng(나노그램)으로 분석됐다”며 “이는 샘플 오염으로 판명받은 

다른 운동선수와 비교해 약 200배 정도 많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트리메타지딘을 매일 정량으로 복용해야 나올 수 있는 

수치이므로 할아버지를 언급한 주장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분명히 누군가가 발리예바에게 약물을 

복용하도록 가르치거나 지도하고 이끈 것 같다. 

그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며 “이제 겨우 16살인 

소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려고 이런 짓을 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논란 직후 발리예바는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로부터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곧바로 항소하면서 해제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등이 이의신청을 

진행했으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를 기각하고 발리예바의 올림픽 경기 출전을 허용했다.

결국 발리예바는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치러진 피겨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나섰고 1위를 기록했다. 

세계 언론은 물론 ‘피겨 여왕’ 김연아까지 이번 사태를 비판했고, 

국내를 포함한 각국 중계진은 발리예바 경기에 침묵하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