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기자 =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대표적인 측면 공격수 엄원상의 행선지가 결론 났다.
이동준의 독일 진출로 측면에 발 빠른 옵션이 필요했던
울산현대가 결국 광주FC로부터 엄원상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FC서울과의 치열했던 영입 경쟁에서 승리한 울산은
이적시장 막바지의 대형 과제를 해소하며 개막에 돌입한다.
울산은 K리그 개막 이틀을 앞둔 선수 등록 1차 마감일에 엄원상 영입을 마무리했다.
기존 K리그 등록 선수는 2월 17일까지가 마감이기 때문에 길고 길었던
엄원상 사가(SAGA, 선수 이적에 관한 긴 이야기)도 이때 결말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3월 25일 있는 2차 마감일(최종 등록)은 임대 이적을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FA 신분, 신인 선수, 해외 복귀선수 등 기존 등록이 안 돼 있던 경우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엄원상 영입전은 당초 울산의 관심사 밖에 있었다.
이적시장 초반 수원삼성과 전북현대가 관심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FC서울이 광주 측과 유일하게 협상 줄다리기를 했다. 김영권, 박주영,
아마노 준을 영입한 울산은 지난해 8월 루카스 힌터제어가 떠난
뒤 긴 시간 비어 있던 외국인 공격수 보강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당초 노렸던 리스트의 후보들의 영입에 난항을 겪자 중국 슈퍼리그
산둥타이산의 브라질 공격수 레오나르도를 임대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1월 말 이동준이 바이아웃 조항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헤르타BSC(베를린)로 이적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시에 오세훈도 예상치 못한 이적(일본 J리그 시미즈S펄스)을
택하며 홍명보 감독의 시즌 준비 계획은 일순간 혼란을 맞았다.
오세훈의 공백은 외국인 스트라이커 영입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쪽은 시간적인 여유는 있었다. 이적 협상, 비자 발급,
자가격리 등을 감안했을 때 물리적 시간도 필요했다.
반면 이동준 공백 메우기는 시급한 당면 과제였다.
국내 이적시장에 영입할 수 있는 대상도 많지 않았다. 사실상 엄원상이 유일한 후보였다.
이동준이 떠나자 홍명보 감독은 구단에 엄원상 영입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가장 확실한 대안이었다. 플레이 스타일에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엄원상도 빠른 발을 기본으로 갖췄고,
최근 2년 동안 프로 무대와 각급 대표팀에서 배후 침투와
부드러운 좌우 방향 전환을 더해가며 특급 윙어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서울이 엄원상 영입을 마무리하지 못하는 사이 후발주자인 울산이 과감한 베팅을 시작했다.
광주가 센터백 포지션에 젊고 유망한 선수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현금 10억원에 센터백 김현우를 포함시켜 제시했다.
엄원상에게도 연봉 등에 대한 개인 조건을 서울 측보다 높이 제시했다.
김현우는 울산이 크로아티아의 디나모 자그레브로부터 임대로
영입한 터였기 때문에 광주로 보내려면 완전이적을 진행해야 했다.
자그레브 측에 줘야 할 이적료를 감안하면 사실상 15억원 가량의 가치에 준하는 제안이었다.
흥미로운 일도 있었다. 울산이 엄원상 영입전에 뛰어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과 광주가 연습경기를 가졌다.
그 경기에 엄원상도 출전했다.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었지만,
홍명보 감독은 "작년 말에 당한 팔 부상의 여파가 있는 것 같았다.
엄원상의 기량은 이미 각급 대표팀을 거치면서 증명이 됐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울산의 참전에 서울도 반응했다.
안익수 감독도 과거 U20 대표팀에서 지도했던 엄원상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강력히 원했다. 광주가 당초 센터백 이한범을 거래 조건에 넣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고 지난 시즌 후반기 주전으로 나선 U22
자원을 내주는 것은 원치 않았다. 대신 이적료를 13억원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광주는 울산의 제안에 더 매력을 느꼈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2019년 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김현우의 능력에 매력을 느꼈고, 강력하게 원했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변수가 발생했다. 구단간의 합의에 이어,
엄원상과 울산이 개인 조건에 대한 합의를 마쳤고 마지막 관문은 김현우와 광주의 개인 협상 뿐이었다.
하지만 김현우와 광주의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김현우 측은 바이아웃 조항을 넣길 원했던 반면,
광주는 그 내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결국 김현우의 광주행은 무산됐고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향했다.
이 부분을 파악한 서울은 광주 측에 선수 2명을 보내겠다는 제안까지 막판에 넣었다.
울산은 결국 16일 한층 더 높아진 이적료를 제시했다. 15억원을 넘는 금액이었다.
근래 K리그에서 이 정도 금액의 이적료가 나온 것은 지난
여름 포항스틸러스에서 전북으로 향한 송민규뿐이다.
당시 송민규는 21억원의 이적료가 발생했다.
작년 여름 기준으로 송민규는 U22 자원이었던 반면,
엄원상이 현재 U22 자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U22의 활용가치가 높아져 거기에 붙는 프리미엄을
감안한다면 엄원상의 이적료는 작년 송민규에 준하는 금액이다.
그만큼 홍명보 감독이 엄원상을 강력하게 원했고,
울산도 2022년에는 비원인 리그 우승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과감한 베팅을 했다.
결국 17일 광주는 울산이 제시한 최종 조건에 엄원상의 이적을 합의했다.
엄원상은 빠르면 18일 울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울산 유니폼을 입는 엄원상은 자신이 존경하는 롤모델인 이청용과도 함께 뛰게 된다.
엄원상은 과거 U20 월드컵을 통해 화제를 모은 이후 줄곧 이청용에 대한 존경심을 밝혔고,
그를 따라 소속팀과 각급 대표팀에서 이청용이 선호하던 등번호 17번을 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광주 금호고 선배인 김태환 역시 엄원상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팀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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