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3월부터 1989년 1월까지 오후 6시(동절기에는 5시)가 되면 대한민국 전국의 거리에
사이렌이 동시에 울리고 행인들도 멈춰서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국기 강하식’이었다.
애국가 역시 언제 어디서든 경건하게 불러야 했다. 거기에는 그 어떤 기교도 용납되지 않았다.
모두가 똑같은 창법으로 애국가를 불러야 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운동 경기 전의 국기에 대한 경례 의식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애국가 만큼은 어떤 창법으로 불러도 괜찮다. ‘참신하다’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가수 박화요비는 프로 야구 경기에 앞서 애국가를 R&B 창법으로 불렀다.
관중들은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때 밴드 YB가 애국가를 록으로 불러 논란이 된 적은 있다.
미국에서도 운동 경기가 열리기 전에 ‘미국 국가’만 울려퍼지면 관중들과 선수들은 일제히 성조기에 예를 표한다.
그날 초청된 인물이 ‘미국국가’를 부르기도 한다. 부르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태클을 걸지 않는다. 일부 극보수주의 매체들만 이를 비판하는 수준이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미국프로농구(NBA)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민의례’에서 르브론 제임스는 유명 가수 메이시 그레이가
‘미국국가’를 R&B 창법으로 부르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뉴욕포스트 등 미국 매체들은 제임스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이날 그래미상을 수상한 그레이는 ‘미국국가’를 독특한 버전으로 불렀는데,
연주가 끝날 무렵에는 그녀 특유의 멜로디와 보컬이 두드러졌다.
그레이의 ‘미국국가’가 끝나자 미국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제임스가 왜 웃음을 참지 못했냐는 것이다.
2018 NBA 올스타전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퍼기가 ‘미국국가’를 불렀는데,
스테픈 커리와 드레이먼드 그린이 퍼기의 이색적인 창법에 다소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르며 웃었다.
제임스는 올스타 드래프트 때에도 케빈 듀랜트가 제임스 하든을
끝까지 지명하지 않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제임스와 듀랜트는 올스타 선발 및 후보들 중 자기 편에서 뛸 선수를 골랐다.
제임스는 듀랜트가 하든을 지명할 때까지 하든을 뽑지 않았다.
하든은 올스타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브루클린 네츠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트레이드됐다. 브루클린에서 함께 뛰었던 듀랜트를 버린 것이다.
그러자, 감정이 상한 듀랜트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끝까지 하든을
자기 편 선수로 지명하지 않았다.
이에 제임스가 재미있다는 듯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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