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이른 개막 시점에 갑작스러운 한파까지 겹친
프로축구 K리그가 시작부터 예측불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팀들이 연이어 덜미를 잡히거나 고전을 면하지 못하며 이변이 속출했고, 새로운 이적생들의 활약상,
경기장에서 벌어진 각종 돌발상황과 사건사고들로 이슈거리가 쏟아졌다.
프로축구 K리그1 사상 첫 6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수원 FC(지난 시즌 5위)와
개막전 경기에서 1대 0으로 신승을 거뒀다. 전북은 지난해 수원과 경기에서 2무 2패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며 유독 고전한 바 있다. 이날도 전북은 수원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
34분 터진 송민규의 결승골에 힘입어 첫 대결부터 작년의 설욕에 성공했다.
송민규는 올 시즌 K리그 1호 골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이 경기는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다가 올시즌 K리그로 돌아온 '코리안 메시' 이승우의 데뷔전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성인무대에서 적응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이승우는 올시즌을 앞두고 수원의 유니폼을 입으며 전격적인 한국행을 결정했다.
또한 상대팀인 전북에는 이승우와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백승호도
있었기에 K리그에서 '바르샤 더비'가 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시즌 전북의 주전으로 자리잡으며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백승호는 이날도 개막전부터 선발로
출전하여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특유의 패스와 경기운영 능력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우는
후반 교체로 출전하여 45분을 소화하며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예리한 드리블과 침투능력을
선보여 가능성을 증명했다. 두 선수는 경기를 마치고 서로를 격려하며 포옹하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북을 제외한 지난 시즌 K리그1 상위스플릿 팀들이 모두 개막전에서 무승에 그치는 이변이 발생했다.
전북-수원FC전을 제외하고 지난 시즌 2~5위팀들이 모두 하위스플릿과 승격 팀들과 맞붙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3년 연속 리그 2위를 기록하며 전북의 대항마로 꼽히던 '양강' 울산 현대가 1부리그 승격팀인 김천 상무를
상대로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0대 0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개막전 최대의 이변이었다.
오세훈-이동경-이동준 등 공격자원들이 대거 이적하고 영입생인 박주영과 레오나르도가 개인사정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울산은 시즌 초반 최전방 스트라이커 부재가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겨울이적시장을 주도하며 기대를 모았던 대구와 제주도 홈 개막전에서부터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상대가 바로 전통의 강호 서울과 포항이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서울은 대구를 2-0,
포항은 제주를 3-0으로 각각 원정에서 제압하며 기세를 높았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이지만 지난
시즌 나란히 하위스플릿 추락이라는 굴욕을 겪었던 서울과 포항은 조용하게
절치부심하며 명가 부활을 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생존왕' 인천은 수원을 잡고 2011년부터 이어진 개막전 무승 기록에서 탈출했다. 인천은 상대퇴장으로 인한
수적열세를 등에 업고 후반 추가시간 무고사가 극장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 삼성 김건희는 전반 12분 바이시클킥을 시도하다가 인천 수비수인 강민수의
안면을 가격하는 위험한 플레이로 올시즌 1호 퇴장의 불명예를 안았다.
2부리그인 K리그2 역시 시작부터 이변과 화제가 속출했다. K리그2의 '막내 구단' 김포FC는 공식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광주FC를 2-1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까지 세미 프로 K3리그에 소속되어있다가
올해 1월 K리그 가입 승인을 받아 K리그2의 11번째 팀으로 합류한 김포는 지난해
1부리그에서 뛰다가 강등되어 내려온 광주를 제압하며 첫 경기부터 돌풍을 예고했다.
FC안양과 전남 드래곤즈전에선 결승골을 놓고 비매너 논란이
발생하여 축구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안양 선수의 부상으로 경기가 중단된 이후, 드롭볼로 경기가 재개된 상황에서
안양은 볼소유권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공격을 전개하며 골까지 넣었다.
규정상으로는 정상적인 플레이였지만, 그동안 이런 경우에게 상대에게 볼을 건네주는게 관행이었기에
'스포츠맨십이 결여된 플레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안양 측은 '주심이 경기를 끊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 상대팀에 공을 내주지 말고 곧바로 플레이하라'는 지침을 교육받았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해명했지만, 축구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설기현 경남FC 감독은 올시즌 '감독 퇴장 1호'라는 황당한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경남과 서울 이랜드의 경기 중 설기현 감독은 심판의 스로인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공을 주우려고 다가오는 상대 선수 채광훈의 동선을 가로막고 몸으로 밀치는 이른바 '어깨빵'을 시전했다.
공교롭게도 채광훈은 지난 시즌까지 경남에서 설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이기도 하다.
주심은 설 감독의 신체접촉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퇴장을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감독 공백을 이기지
못한 경남은 이랜드에 0-1로 패배하며 개막전을 불안하게 출발했다. 현역 시절에서 국가대표팀 '역주행'
논란, 감독과의 악수 거부, 울산-포항 이적 통수 논란 등 종종 예측할 수 없는 해프닝을 자주 선보였던 설기현
감독다운 기행이었다는 평가다. 설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당해본 적이 없었던 퇴장을 감독으로서 당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유독 이슈가 풍성했던 K리그 개막전에서도 진정한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올해 프로축구는 이례적인 겨울철 개막으로 새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구단들은 선수 이적과 전력보강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선수들은 충분하필 강추위까지 겹치며 완전하지 않은 컨디션에 부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유독 변수가 많은 2022 시즌 초반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리그 전체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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