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나요? 저는 지금입니다’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인기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다. 주인공 강백호가 강적과의 경기에서 연이어 허슬플레이를 펼치고
나뒹굴며 충격을 받자 부상위험 때문에 자신을 교체하려고 하는 감독에게 던졌던 한마디다.
이후 이 대사는 농구 팬들 사이에서 다양하게 리메이크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농구인이라면 무조건 이 대사를 내뱉는 순간이 지금이기를 바란다는 점일 것이다.
시선을 NBA로 돌려보자. 이 대사와 어울리는 팀은 여럿 있다. 최근 우승 팀들 혹은 성적이
급등한 팀 등이 해당된다. 반대로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팀으로는 뉴욕 닉스를 떠올리는 팬들도 적지않을 것이다.
닉스는 명문팀이면서도 아닌 팀으로 평가받는다. 1946년 창단된 뼈대있는 팀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명문으로 불릴만하지만 긴 역사에 비해 부진한 성적은 명문이라 칭하기에 여러모로 부족해보인다.
닉스의 영광의 시대는 많지않았다. 긴 역사가 무색하게 파이널에서 우승한 횟수는 2차례에
불과하며(1970, 1973년) 그마저도 너무 오래됐다. 마지막 우승인 1973년에 태어난 이들을 한국나이로
계산하면 50살이다. 이제는 전설로 남고있는 록그룹 퀸(Queen)의 데뷔 년도이기도하다.
닉스는 그 외 컨퍼런스 우승 8회, 디비전 우승 8회의 성적을 올렸으나 역사에 비하면 여전히 초라하기만하다.
닉스 팬들을 더욱 슬프게하는 것은 2000년대 들어 올린 성적은 2013년 디비전 우승 정도가 전부라는 사실이다.
비슷한 시기 암흑기를 거쳤던 팀들이 전성기에 들어서거나 혹은 훌쩍 나아진 모습을 보일 때에도 닉스는 변하지 않았다.
잠깐 희망을 보여주며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다가 금세 추락하며 원점으로 회귀하며 ‘역시나’의 공식만 되풀이했다.
그렇다고 닉스가 성적에 대한 미련을 버린 팀이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닉스는 어떤 팀보다도 성적에 대한 욕심이 많다.
꾸준히(?) 부진함에도 NBA구단 가치 최상위권을 찍고있는 팀답게 그들도 우승에 목마르다.
열성 팬도 많고 화제성도 큰팀이다. 성적만 조금 받쳐준다면
NBA 흥행 전선 자체를 뒤흔들어놓을 만큼의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다.
닉스는 2000년도 시작부터 성적에 대한 큰 열망을 드러냈다. 2000년 9월 20일 ‘뉴욕의 심장’이라고
불리던 패트릭 유잉을 트레이드한 것이 대표적 예다. 유잉은 월트 프레이저, 윌리스 리드와 함께 닉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때문에 닉스에서의 위상은 시카고의 마이클 조던, 인디애나의 레지 밀러,
유타의 존 스탁턴과 다를바없었던지라 팬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당시 닉스가 내세웠던 명분은 리빌딩이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났지만 닉스는 사실상 달라진게 없다. 우승은 커녕 꾸준한 성적도 올리지못했고
미래가 기대되는 라인업으로 팀을 꾸린 것도 아니다. 당시 유잉같이 닉스를 상징할만한 프랜차이즈 스타도 없다.
‘긴시간동안 무엇을 한것인지 모르겠다’는 닉스 팬들의 외침에 타팀 팬들까지 함께 공감할 정도다.
화려했던 1970년대 이후 닉스팬들에게 희망을 줬던 유잉 시대는 여러 가지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승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지만 특정 선수의 이해할 수 없는 실수 혹은 부진으로 인해 고개를 떨궜기 때문이다.
1992-93 시즌 조던의 불스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맞붙었는데 2승 2패로 팽팽하게 맞서던 5차전 당시 경기
막판 찰스 스미스가 2~3초를 남겨두고 연달아 골밑슛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통한의 패배를
기록했고 시리즈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만다.
어디 그뿐인가. 천적 조던이 은퇴했던 당시 닉스는 우승을 위한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파이널 무대까지 올랐고
상대는 하킴 올라주원이 이끌던 휴스턴 로케츠였다.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조던 없는 시리즈, 대형센터간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당시 닉스는 5차전까지 3승 2패로 앞서있던지라 우승으로가는 팔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슈터 존 스탁스의 슛이 올라주원의 손가락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며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닉스
진영에는 또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아니라 다를까 마지막 7차전에서 스탁스가 3점슛을 11번 시도해
모두 놓쳐버렸고 이는 고스란히 통한의 패배로 이어졌다. 단 2~3방만 들어갔어도 경기 결과는 바뀌었을 것이다는 의견이 많다.
그로인해 유잉은 올라주원과 대등하게 싸웠음에도 2인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고 이후 후대 평가에서도 당시
4대센터 중에서 가장 하위권으로 팬들 사이에서 인식되고 있다. 올라주원과 데이비드 로빈슨은 프랜차이즈라는
명예와 우승을 모두 거머쥐었고 샤킬 오닐같은 경우 자신의 의지로 팀을 옮겨다니며 LA레이커스 시절 3연패 포함
여러차례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반면 유잉은 우승은 커녕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리까지 지키지 못하며 불운에 울고 말았다.
후에 당시 유잉의 트레이드는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닉스라는 팀이 싫었다기보다는 우승에 대한
부담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떨어지는 기량 속에서 극성맞기로 유명한 뉴욕 언론과 팬심을 심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결정에 대해 유잉은 ‘후회한다’는 회고를 했고 팀과 선수 모두에게 손해만 안겨준 결정이 되고 말았다.
그만큼 닉스는 안팎에서 우승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러한 조급증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지금까지 흘러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최근의 닉스는 대어급 선수들이 선호하는 팀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뉴욕이라는 큰 시장과 열성적인 팬들,
높은 팀 가치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지만 선수를 키워내는 것도, 전력보강을 하는 것도 어설픈지라 매번 FA시장에서
이른바 허탕을 치고 있다. 야심차게 영입을 공헌했다 놓쳐버린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 등이 대표적이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해도 성적을 끌어올리기 힘들 것 같은 팀에서 자칫 언론과 팬들의
집중포화까지 맞을 공산이 큰지라 우선 순위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올시즌 닉스는 59경기를 치른 현재 25승 34패(승률 0.424)로 반타적에도 훨씬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동부컨퍼런스 12위에 그치고 있다. 지난 시즌 4위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까지 진출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닉스 팬들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한 크게 벌어진 승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닉스는 향후 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확실한 색깔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격적인 영입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승부를 보던가 아니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젊은 선수들을 육성해
장기적으로 탄탄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지나친 무리수다’ 혹은 ‘어느 세월에?’라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무색무취에 조급하기까지 했던 닉스의 그간 행보는 팀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도 장담하기 힘들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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