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즌까지 미국에서 활약한 양현종(34)을 복귀시키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나성범(33)을 영입해 투타 중심축을 잡은 KIA에서 가장 뜨거운 곳은 투수나 외야가 아닌 ‘내야’다.
아직 미지수로 불리는 내야 퍼즐조각을 잘 맞춰야 비로소 대권도전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를 의식한 듯 제2의 이종범과 선동열이 등장했다고 할 정도로 우수한 연고지 신인 대어들이 넘쳤던
지난해, KIA는 제2의 이종범 김도영(19)을 1차 지명으로 영입했다.
슈퍼 루키가 가세하며 KIA 내야진은 무한경쟁의 장이 됐다.
이런 팀의 의지에 발맞춰 환골탈태한 선수가 있다. 2019년부터 KIA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던 박찬호(27)다.
근육량만 5kg를 늘린 모습으로 스프링캠프에 모습을 드러낸 박찬호는 26일 한화와의 첫 연습경기에서
3안타를 치며 무력시위를 했다. 이날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 중계 해설을 맡은 장정석 KIA 단장은 “박찬호가
3년 동안 주전으로 뛰었지만 좋은 신인이 들어오면서 많이 긴장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27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박찬호는 담담했다. 그는 “‘프로’라는 직업이 늘 비교를 당하기 마련이기에
어떤 선수가 들어왔다고 특별히 신경 쓴 건 아니다. 몇 시즌을 치르며 받아온 성적표가 있다.
이걸 보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까 고민하고 정말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을 뿐이다”라고 차분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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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최근 3년 동안 주전이라기에 성적표는 아쉬웠다. 견실한 수비에 견줘 타격이 기대에 못 미쳤다. 2019시즌 첫 주전 당시 타율 0.260을 기록하며 미래를 기대케 했지만 0.223(2020시즌), 0.246(2021시즌)로 반등을 못했다. 큰 변화가 필요했다. 비시즌 독한 마음을 품고 깡말랐다는 소리를 자주 듣던 몸을 선수답게 다졌다. 몸무게는 77kg. 타석에 서면 이제 조금은 태가 난다.
바뀐 건 그의 몸뿐만이 아니었다. 2019년 은퇴한 이범호 KIA 코치로부터 물려받았던 등번호(25번)를 내려놓고 새 번호(1번)도 달았다. 박찬호는 “이범호 코치님께 물려받았던 번호인 만큼 저도 25번을 달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 바꾸고 싶었고 ‘첫 번째’라는 의미의 1번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등번호 교체를 고민하다 코치님께 말씀드렸더니 ‘안 그래도 등이 무거워 보였다’고 말해주셔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9·은퇴)에 견줘도 밀리지 않을 만큼 야구를 잘할 일만 남았다. 몸 상태에 대해 “근육량이나 체지방 등 모든 부분을 살펴봤을 때 내게 가장 이상적인 상태인 것 같다”고 한 박찬호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비교를 당해서 무덤덤하다. 하지만 박찬호 하면 투수는 선배님이 떠올라도 타자는 내가 떠오를 수 있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앞으로 시즌 개막까지 남은 한달 여 동안 잘 키운 몸과 첫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좋은 타격 감을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박찬호는 “올해가 제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되면 좋겠다”며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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