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 야심 차게 “다 부숴버리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생애 처음 참가한 겨울패럴림픽 벽은 높았다.
장애인스노보드 국가대표 이제혁(25·서울시장애인체육회)이 준준결승 진출에 만족했다.
이제혁은 7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부문 준준결승에서 4조 4위로 결승선을 통과, 각 조 상위 2명에게 주어진
준결승전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이제혁은 전날 예선에서 1분04초53의 기록으로 출전 선수 23명 중
10위에 올라 상위 16명이 나서는 본선에 진출했지만 준준결승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이제혁의 주 종목이다.
이제혁은 초등학교 시절 야구를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중학교 입학 후 그라운드를 떠났다.
사춘기 성장통을 심하게 겪던 중에 지인이 권유한 스노보드에 빠져들었다. 그는 비장애인 보드크로스
선수로 가능성을 보여주던 차에 불의의 발목 부상을 당했다. 단순골절이라 가볍게 여겼지만
치료 과정에서 2차 감염으로 인대와 근육 손상이 왔고 결국 왼쪽 발목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
코치들로부터 여러 차례 장애인스노보드 입문을 제안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했던 그는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을 직접 본 뒤 그해 여름, 다시 스노보드에 올랐다. “장애인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가
가득한 현장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2019년 2월 처음 출전한 세계파라스노보드
캐나다 빅화이트 월드컵 대회에서 6위를 기록했고, 2021년 11월 네덜란드 랜드그라프 유로파컵에서는
뱅크드슬라롬 금메달을, 같은 해 12월 핀란드 퓌야에서 열린 유로파컵에서는 스노보드 크로스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장애인스노보드 선수가 국제 대회 우승을 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 때문에 베이징겨울패럴림픽 기대치가 높았다.
이제혁은 이날 경기 뒤 한 인터뷰에서 “앞서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대회를 마친 뒤에는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패럴림픽에서는 예선과 본선에서 내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오늘
너무 긴장했다. 나 혼자만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그래도 좌절은 없다.
대회 전 다짐했던 메달 세리머니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패럴림픽에서 보여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가 예선에서는 잘 타는데, 4명이 함께 타는 본선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히거나 했을 때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순간적인 대응 능력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잘 보완하면 다음에는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상지 장애(SB-UL) 부문에 출전한 박수혁(22·대한스노보드협회)과
이충민(36·충청북도장애인체육회) 또한 준준결승 1조와 3조 4위를 기록해 준결승 진출은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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