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갈 곳은 없다. 믿을 건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선발 한자리를 노리는 한화 사이드암스로 투수 김재영(29).
그가 캠프 첫 실전 경기 등판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김재영은 지난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키움과의 연습경기에
두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3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30구를 던지며 키움 중심 타선을 상대했다.
선두 이용규에게 빗맞은 중전안타를 허용했다. 송성문을 1루 땅볼로 잡아내며 1사 2루.
이정후에게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좌전 적시타로 실점했다.
푸이그를 좌익수 뜬공, 김혜성을 3루 땅볼로 잡고 임무를 마쳤다.
5명의 타자 중 무려 4명이 키움의 중심 좌타자. 캠프 첫 실전에 나선 사이드암스로 투수로선
부담스러운 순간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인 복귀 시즌에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노리고 있는 투수. 벤치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완벽하게 던지려는 의욕이 밸런스를 살짝 흐트러 뜨렸다. 크게 빠지는 볼이 많았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졌고, 자신 있게 딱 하나의 공을 노리고 들어온 타자의 방망이를 피하지 못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사실 볼 카운트 싸움이 전부다. 투수가 볼 카운트를 앞서가며 지배하느냐,
끌려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과극이다. 김재영의 투구수가 늘어나며
다소 고전한 이유는 볼 카운트 싸움을 지배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정후가 리그 최고의 교타자였기 때문 만은 아니었다.
이름 값에 미리 신중했고, 결과적으로 3B1S의 배팅 찬스를 허용했다.
이날 이글스TV 자체 중계 해설을 맡은 투수 전문가 손 혁 코디네이터 역시 "김재영 선수는
풀타임 경험도 있고 구위 좋은 최고 140㎞ 후반대 공을 던지는 투수"라며 "완벽하게
던지려는 마음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재영 처럼 140㎞ 중후반대의 빠른 공을 옆에서 뿌리는 투수는 흔치 않다. 오버스로 투수에 대입하면
5㎞ 가까이 더 빠르게 보이는 효과다. 게다가 우타자 몸쪽-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테일링도 있다. 볼끝이 좋다는 이야기다. 어떤 타자도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다.
희망적인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강타자 푸이그의 배트를 몸쪽으로 휘어지는 빠른
공으로 두동강을 냈다. 혀를 내두른 푸이그는 경기
후 "상대 투수들 모두 좋은 공을 던졌다. 두 번째 투수는 흔치
않은 유형의 투수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김재영을 기억했다.
마지막 타자 김혜성과 승부도 인상적이었다. 3B1S으로 몰렸지만 배팅 찬스에서
바깥쪽 흘러나가는 공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더 이상 달아나지 않았다. 3구 연속 빠른 공을 한 가운데로
뿌리며 정면승부를 펼쳤다. 결과가 따라왔다.
자신감이 가미된 김재영의 공에 김혜성의 배트가 잇달아 밀렸다. 결국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선발 투수를 희망하는 김재영이 추구해야 할 해법, 바로 공격적 피칭이었다.
푸이그의 방망이를 두동강 낸, 김혜성의 방망이를 밀리게 한
자신감을 실어 던진다면 충분히 희망적이다.
신예 시절 '제2의 임창용'으로 불렸던 투수. 구위 자체는 최상급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시즌 전까지 충전해야 할 마지막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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