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SSG 불펜의 한 기둥인 서진용(30)은 어쩌면 이제 리그에서 과소평가되는 불펜투수 중 하나일지 모른다. 

최근 3년간 200경기에 나가 196⅓이닝을 건강하게 소화했다. 

3년간 200경기 이상에 나간 KBO리그 불펜투수는 주권(kt)과 서진용이 전부다. 

같은 기간 서진용보다 더 많이 던진 불펜투수는 정우영(LG)이 유일하다. 

성적도 좋았다. 3년간 평균자책점은 3.26으로 뛰어났다.

지난해에도 65경기에 나가 67⅓이닝을 던지며 7승5패9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34로 선방했다. 

서진용도 "작년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못내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 바로 전반기 부진이다. 

서진용은 후반기 3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7의 특급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전반기 35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4점대(4.14)였다.

그땐 몰랐다. 한 경기 정도 부진해도 전체 시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러나 SSG는 정말 1승이 모자라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서진용이 자책하는 이유다.

 서진용은 "내가 조금만 잘했더라면"이라고 말끝을 흐리더니

 "시즌을 통틀어봤을 때 전반기부터 꾸준하게 잘했으면 팀에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순위 싸움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가을야구에 가서 전반기를 좀 잊을 수 있었을 텐데 좋아지는 과정에서 끝이 나버렸다"고 아쉬워했다.

한 경기의 소중함을 배웠다. 그래서 오프시즌에 더 신경을 썼다.

 다행히 피로도 등 문제는 크게 없다고 자신한다. 서진용은 "하던 대로 준비했다. 

(가장 좋았던) 2019년 영상을 계속 찾아보면서 계속 보완하려고 준비한다"면서 "오히려 몸 상태는 올해가 가장 좋다"고 웃어보였다.

지난해 후반기에 좋았던 것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전반기의 서진용과, 

후반기의 서진용 사이에 특별한 차이는 없었다고 했다.

 서진용은 "단지 던지면서 좋은 것을 계속 찾다 보니까 나온 결과도 있는 것 같다"면서 "전반기에는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후반기에 내 밸런스의 느낌을 찾아서 던지다보니 전반기보다 스피드나 제구도 좋았다"고 돌아봤다.

 오프시즌 중 단절의 시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 감을 잃지 않고 있다.

이제는 팀 불펜에서도 중간 이상의 나이가 됐다. 더 이상 어린 유망주는 아니다. 서진용도 잘 안다. 

이제는 팀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도 생겼다. 서진용은 "중간투수들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투수들이 더 똘똘 뭉쳤던 것 같다. 힘든 시기에 느낀 점들이 더 

많았다"면서 "내가 우리 팀 불펜에서 중요한 몫을 맡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게 됐다.

 '네가 잘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부담도 되면서 책임감도 많이 생긴다. 

이제는 후배들이 물어보고 내가 알려주고 있는 모습에 달라진 것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불펜투수들은 수명이 짧은 편이다. 2~3년, 혹은 1년 많이 던지고 다음해 성적이 급락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능력을 증명한 서진용은 이제 그 늪으로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운동도 더 열심히 하는 이유다.

 서진용은 "2019년과 2020년을 던졌을 때 팀에서 그런 걱정을 많이 하더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1월과 12월에 쉬는 기간이 있다"면서 "지난해에도 그런 것들을 깨고 싶었다.

 (정)우람이형처럼 매년 50~60경기에 나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진용이라는 기둥이 경험을 통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