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훈이가 그런 얘기를 했군요. 말이라도 고맙네요."
2월 말 강화 SSG퓨처스필드에서 토미 존 수술 후 재활 중인 박종훈을 만났다. 당시 박종훈은 달변가답게 많은
얘기를 풀어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건 '가장 존경하는 야구인이 우리 감독님'이라고 한 점이었다.
김원형 감독은 현역 시절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한화 장종훈의 타구에 광대뼈가 함몰되는 사고가 대표적이었다. 그럼에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2010년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며 134승을 따냈다. 이후 SK, 롯데, 두산에서 투수코치
생활을 한 뒤 2021시즌부터 친정 SSG에서 감독을 맡았다.
박종훈은 김 감독과 코치와 선수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김 감독이 롯데와 두산에 있을 때도 상대하는 날이면 꼭 찾아가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박종훈은 저연차 시절 우연히 팔이 굽은 김 감독이 힘겹게 세수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 힘드셨을 것이고 고통도 심하셨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김 감독이 현역 시절 간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해왔다는 걸 느꼈다. "그런 야구를 좋아한다. 끝까지 싸우고,
맞붙는 야구, '네가 더 간절하냐, 내가 더 간절하냐' 이런 것 있지 않나. 감독님은 그런 분이었다. 그런 모습을 존경한다"라고 했다.
박종훈도 힘겹게 8개월째 재활 중이다. 매일 아침 6시부터 강화의 새벽을 깨우며 반복훈련 중이다.
사실 지루함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감독이 지도자가
되고서도 힘겹게 세수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자신의 현실 앞에 겸손해진다.
그럴수록 하루 빨리 건강하게 돌아가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 뿐이다.
김 감독에 대한 죄송한 마음, 존경스러운 마음이 섞여있다.
그리고 박종훈보다 먼저 야구를 한, 더 오랫동안 야구를 업으로 삼는
김 감독도 박종훈의 그런 마음을 잘 안다.
김 감독과 8일 전화통화를 했다. 김광현 입단 관련 전화를 많이 받아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박종훈 얘기를 꺼내자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SSG 1군은 경상도 원정 중이고, 박종훈은 여전히 강화다.
두 사람은 몸은 떨어져있어도 마음은 통한다. "종훈이가 그런 얘기를 했군요"라고 했다.
김 감독은 박종훈이 기자에게 왜 자신의 얘기를 꺼냈는지 잘 안다. 감독이 과거 영광의 상처로 지도자가 돼서도 세수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고생하는데, 자신의 지금의 불편함은 아무 것도 아니며, 빨리 복귀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정확히 읽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냉정했다. 박종훈과 문승원이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줄 시기를 복귀 후 1년으로 잡았다.
김 감독은 "본인들은 돌아오자마자 예전 구위, 예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진짜 그러면 너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수술하고 돌아와서 1년이 지날 때까지 예전처럼 좋은 모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 마음은 알겠지만, 사람의 몸이라는 게 그렇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박종훈의 그런 마음이 너무 고마운 눈치다.
"그래도 종훈이가 감독에게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너무 고맙다.
말이라도 고맙네요"라고 했다. 65억원 재활투수는 강화에서, 김광현을 품고 책임감이
더 커진 김원형 감독은 경상도에서 SSG의 밝은 미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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