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선수 때도 못 넘기던 데로 치네."

10일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이 훈련을 펼친 부산 사직구장. 수비 훈련을 위해 펑고를 쳐주던 문규현(39) 

코치가 우중간 담장을 넘겨버리자 이대호(41)는 농담을 던졌다. 선수단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선후배로 절친했던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농담이었다. 문 코치는 추가 훈련 때까지도

 끝까지 그라운드에 남아 선수들을 독려하고, 계속해서 대화했다.

문규현 코치는 현역 시절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산 팬들에게 그만큼 많이 사랑받은 선수도 드물다. 

프로 초기엔 백업이었지만, 견실한 수비로 유격수를 맡았다. 은퇴를 앞둔 2018년엔 FA 계약도 맺었다. 

그가 장타를 펑펑 터트릴 땐 '문대호'란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2002년 입단해 18년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그는 이제 수석코치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문규현 코치는 올 시즌부터 래리 서튼 코치를 수석코치로 보좌한다. 30대 수석코치는 문 코치가 유일하다. 

승진 속도는 '특급'이다. 첫해 2군에서 지도자로 첫 걸음을 뗐고, 서튼 코치가 1군 감독이

 되면서 함께 이동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살림꾼' 역할까지 맡았다.

서튼 감독이 외국인 코치가 아닌 문 코치를 수석에 임명한 건 '지도자 문규현'을 가까이서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뒤 지난 2년간 문 코치의 성실성과 소통 능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지난해 수석 역할을 한

 최현 코치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서튼 감독은 후임자로 문 코치를 낙점했다. 

문규현 코치는 "나도 놀랐다"며 "사실 중요한 보직이고, 부담이 많이 되는 자리"라고 했다.

'왜 수석코치를 맡겼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문규현 코치는 "우선 한국사람이라는 점이다. 

선수들, 그리고 팀 매니저와도 소통이 되기 때문이다. 감독님도 한국 문화를 잘 알고 있고, 소통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에 지도자로서 맡겨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감독님을 보필하고,

 선수들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3년에 대해 "재밌었고, 

지금도 재밌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느낀 점이 많다"고 했다.

현역 시절 문규현 코치는 '화려한 주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품과 성실함, 야구 센스 덕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은퇴 이후 성민규 롯데 단장이 '지도자가 되고 싶다'던 문 코치를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 연수를 보낸 것도 그래서다. 

성 단장은 "서튼 감독님이 문 코치를 원했다. 스마트한 사람이다.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규현 코치는 수비코치도 겸직한다. 올 시즌 롯데는 수비력 향상에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선수 DJ 피터스는 발빠르고 어깨가 좋은 중견수고, 딕슨 마차도의 공백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학주로 메운다. 

문 코치는 "지난해에도 수비 파트를 맡아서 겸직은 문제없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김평호 

코치님도 계셔서 디테일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문 코치는 서튼 감독 이야기를 하면서 '디테일'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선수들에게 미리 

움직이는 걸 강조하고 있고, 그게 경기에 나온 점은 만족스러웠다. 감독님이 원하는 건 타구 하나에 9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직구장은 특히 이번 시즌 외야가 넓어져 수비의 중요성이 커졌다. 

문 코치는 "우리는 인플레이가 많이 나오는 야구를 한다. 넓어진 야구장을 좀 더 활용한다면 좋은 효과가 날 것 같다"고 했다.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 등 베테랑 선수들이 있지만 예년에 비해 롯데는 젊은 선수들의 비율이 높아졌다. 

문규현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열정있고 에너지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야구장 많이 찾아주시면, 좋은 야구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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