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품격이다. 울산 현대의 '캡틴' 이청용이 홈 팬들의 육성 응원이

 터져 나오자 서포터 쪽으로 향해 다가가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수비의 리더' 김영권은 경기 막판 근육 경련으로 본의

 아니게 시간을 끌게 되자 서울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

울산 현대는 11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5라운드에서 FC서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개막 후 5경기 무패(4승 1무)를 질주하며 선두를 굳건히 했다.

한 마디로 '별'들의 잔치였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의 맞대결이 경기 전부터 주목받았고, 여기에 전현직 국가대표가 즐비했다. 

국가대표 간판 수비수 김영권을 비롯해 조현우, 김기희, 김태환, 설영우, 엄원상, 바코, 

오스마르, 팔로세비치, 나상호,

 조영욱 등 K리그 톱 플레이어들의 90분간의 전쟁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K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통하는 홍명보 감독과 안익수 감독의 '명장' 대결도 관심사였다. 

홍명보 감독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바코, 이청용, 아마노, 박주영이라는 카드를 숨겨놨고, 

안익수 감독은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해 부분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도 공격진에 조영욱,

 나상호, 팔로세비치, 강성진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 선택에 있어서 시작은 서울이 좋았다. 전반 4분 강성진이 측면에서 간결한 패스를 내줬고, 

조영욱이 환상적인 턴 동작으로 김기희를 제치며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서울의 측면과 스위칭 플레이를 경계했는데, 

결과적으로 서울의 측면을 막지 못해 선제골을 내줬다.

만회골이 필요했던 울산은 후반 들어 이청용, 바코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 선택이 적중했다. 

후반 15분 중원에서 공을 잡은 이청용이 로빙 스루패스를 연결했고, 

이것을 바코가 머리로 떨어트려줬다. 쇄도하던 엄원상이 침착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산이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막판 윤종규가 경합 과정에서 설영우가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후 VAR 판독이 진행됐는데, 워낙 까다로운 장면이어서 무려 8분 넘게 시간이 흘렀다. 

결국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레오나르도가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이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 여러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경기 자체만 보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특히 베테랑들의 품격이 돋보인 경기였다. 서울의 캡틴 기성용은 중원에서 고군분투하며 중원을 장악했고, 

여전한 클래스를 보여줬다.

'적장'이자 '스승'인 홍명보 감독도 "기성용은 이름에 걸맞은 플레이를 계속 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해주면서 빌드업에 관여하고 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잘하고 있고, 서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울산의 두 베테랑 이청용과 김영권의 품격도 빛났다.

 후반 막판 페널티킥 판정 과정에서 VAR 판독 시간이 오래 걸리자 울산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고, 

육성 응원이 터져 나왔다. 이때 이청용이 울산 팬들 앞으로가

 육성 응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고,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김영권의 행동도 칭찬받을 수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이 다리 근육 경련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는데, 

서울 팬들의 입장에서는 시간 지연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에 김영권은 빠르게 일어나 서울 팬들에게 두 손을 모아 사과했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인사를 건네며 치열한 맞대결에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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