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라는 달콤함 앞에 약속은 무용지물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여자부 구단들이 스스로 정한 매뉴얼을 던져버렸다.

KOVO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자부 7개 구단이 정규리그 

잔여 경기와 포스트시즌 축소 운영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과 GS칼텍스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중단 중인 여자부는 이날 페퍼저축은행 선수 

2명이 전날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재개일이 16일에서 20일로 미뤄졌다.

지난달에도 한 차례 멈춰선 적 있는 여자부의 

누적 리그 중단기간은 총 26일로 늘었다.

중단기간 26일은 KOVO와 구단들이 마련한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리그 축소 

운영 매뉴얼 2단계(중단기간 24일~28일)에 해당한다. 2단계는 정규시즌을 

6라운드까지 마치지만, 포스트시즌은 치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포스트시즌 없이 정규리그 잔여 경기를 통해 최종

 순위를 가려야하지만, KOVO는 이를 쉽게 뒤집었다.

KOVO와 7개 구단 단장들은 화상으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의견을 나눈

 결과 매뉴얼대로 진행하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강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KOVO는 "여자부 인기상승 유지, 팬서비스 제공, 포스트시즌 진행 시 일정 소요기간 등을

 고려해 마지막까지 최선의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리기로 포스트시즌 

축소 진행을 7개 구단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OVO와 구단들은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응하기 위해 포스트시즌 축소(1단계·중단 기간 14일~23일), 

포스트시즌 미개최(2단계·중단 기간 24일~28일), 리그 조기 

종료(3단계·중단 기간 28일 초과)로 꾸려진 별도의 운영 매뉴얼을 만들었다.

서면 결의가 완료된 날짜는 지난달 24일이다. 지금보다는 적지만 

16만589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날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중단 기간을 3단계로 구분해

 내놓은 잘 짜인 매뉴얼은 2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다. 

마치 2단계 진입을 전혀 계산에 넣지 않고 마련한 것처럼 

KOVO는 중단 기간이 포스트시즌 미개최에 도달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

KOVO는 만장일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1개 구단이라고 반대했다면 포스트시즌 개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 '사무총장이 만장일치가 아니면 (매뉴얼을 바꾸는 것은) 

안 된다'고 했었다. 구단별로 다 따로 의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강행의 또 다른 이유는 치솟은 여자부의 인기다. 보도자료의 결정 사유 중 가장 먼저 언급된

'인기상승 유지'라는 표현은 이미 수년 전 남자부를 추월할 정도로 달아오른 인기의 단맛을 

포기하기 어려웠다고 자인한 꼴이 됐다. 유연해진 방역 대책에 발 맞췄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결정은 결과적으로 이해 당사자들 간 의견만 모이면 공표한 매뉴얼쯤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로 남게 됐다. 리그를 감독해야 할 

KOVO가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재발할 여지를 스스로 열어둔 셈이다.

결정 방식 또한 매끄럽지 않았다. 해당 매뉴얼은 여자부 7개 구단이 아닌 남자부 포함 

14개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폐기 절차를 밟게 된 이번 결정에서 남자 

구단들의 의견은 배제됐다. 결과를 언론에 공표하기 전 남자 구단들에 내용을 공유한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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