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날렵한 체구의 한 선수는 수비 사이를 파고들어 골대를 

휘감는 득점을 터뜨린 뒤 익살스러운 춤사위를 선보였다.

꼭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그가 한국에 금메달을 안길 당시 화제를 모았던 ‘갈까 말까’ 

세리머니가 떠오르기에 충분했다. 이승우(24·수원FC)가 K리그에서 부활의 희망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승우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6라운드 대구FC와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데뷔골을 터뜨려 4-3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입성한 그가 득점을 기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성인 무대로 따진다면 2020년 9월 13일 벨기에 주필러리그

 앤트워프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뒤 554일 만에 골 맛을 봤다.

이승우는 경기가 끝난 뒤 “워낙 패스가 좋아 마무리하겠다는 생각만 했다.

 최대한 빠른 타이밍이 슈팅하려고 한 것이 잘 됐다”고 웃었다.

이날 이승우는 자신을 둘러싼 우려를 단숨에 잠재웠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1m70)로 몸

 싸움에선 불리했으나 순간적인 판단력과 절묘한 기술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장신 수비수

 두 명을 뚫고 득점을 터뜨린 장면이나 팀 동료를 살리는 패스, 상대의 움직임을 거꾸로 

이용하는 볼 터치까지 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적장인 대구FC 가마 감독이 “공을 관리하는

 능력과 개인 기술에서 모두 영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수비수들에게 위협적이었다”고 찬사를 보냈을 정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이승우는 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이승우는 태극마크를 달고 

각급 대표팀에서 경기를 뛸 때마다 신드롬을 일으켰는데, 그 정점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경쟁하는 이 무대에서 일본과의 결승전 득점을 포함해 4골을 터뜨리며 우승에 기여했다.

이승우가 유럽 무대에서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승우가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바르셀로나에서 3년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한 영향이 컸다. 그는 대동초 6학년 

시절 국제대회에 참가했다가 바르셀로나 유소년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스페인으로 건너갔는데 ‘만 18세 

이후 해외 이적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이 때문에 성인 무대 연착륙에 실패한 이승우는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40경기 2골 3도움)와 벨기에 신트트라위던(17경기 2골), 

그리고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4경기)에서 별 다른 활약을 남기지 못했다.

이승우가 축구 선수로 미래를 고민할 때 손을 내민 팀이 바로 고향팀 수원FC였다. 이승우는 겨우내

 몸을 만들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고, 시즌 초반 적응기를 거쳐 골로 보답했다. 최근 라스와 무릴로,

 김현 등 기존 공격수들이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이승우가 살아났기에 더욱 반갑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은 “점수를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주고 싶다”며 “오늘처럼 뛴다면 

상대를 위협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승우도 “날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 앞으로 골로 팬들을 기쁘게 해드리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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