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의 기본은 정확한 슛이다. 오픈찬스는 물론이거니와 다소 급하게 던지거나 호흡이
흐트러진 상태에서도 높은 확률로 슛을 성공시킬 수 있어야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저 선수가 던지면 들어간다’는 신뢰가 중요하다.
하지만 농구는 사격, 양궁처럼 정확하게 목표물에 명중되는 것으로 끝나는 스포츠가 아니다.
각각 5명씩 코트에 나와 정해진 시간 동안 양팀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시도하여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다.
때문에 상대 팀에서는 우리팀 슈터가 슛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수비가 들어간다.
매치업 상대 개인은 물론 팀적으로도 다양한 수비가 경기 내내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공을 잡고 슛을 쏘는 과정 자체를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때문에 프로 무대 등에서 성공한 슈터로 불리는 이들은 빡빡한
수비를 견디어내고 슛을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무조건 가지고 있다.
거기에 높이의 스포츠답게 신체 조건 역시 중요하다.
신장이 작으면 슛을 던지는 과정에서 키 큰 수비수의 그물망을 떨쳐내기가 쉽지않다.
마음이 급해져 상대가 달려들면 빨리 쏴야겠다는 생각에 영점도 쉽게 흔들린다.
아마 무대에서 인정받던 쟁쟁한 단신 슈터들이 프로에서 이름값을 이어가지 못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신장도 작은데다 기동성 조차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 아무리 슛이 정확해도 제대로 쏠 기회조차 만들기 어렵다.
자세, 타이밍에 상관없이 슛이 터지는 날이 아니면 위협을 주지 못한다.
감독 입장에서도 어쩌다 한번 터지는 경우를 믿고 장점보다
단점을 더 노출시킨 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줄리 만무하다.
때문에 프로 무대에서 명성을 날린 대부분 슈터는 사이즈도 어느 정도 갖춘 상태서 슛 이외
다른 공격 옵션이 있거나 공수겸장 스타일로 밸런스가 안정적인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수비를 이겨낼 힘이 있고 슛이 안터지더라도 다른 식으로 공헌할 무기가 있어야 된다.
클러치슈터, 4쿼터의 사나이로 불렸던 조성원같은 경우 신장은
작았지만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스피드가 좋았다.
슈팅 타이밍이 워낙 빠른데다 자세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특유의 집중력과 손끝 감각을 통해 기어코 슛을 성공시켰다.
단신의 약점을 커버하려면 남들과 달라야 했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을 했던 선수로 유명하다.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스텝’도 그러한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거기에 돌파 기술 자체는 정상급은 아니었으나 빠른 발을 살려 빈공간을 잘 뚫어냈다.
이처럼 선수 시절 내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슈터들의 노력은 시대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즈, 슛터치, 스피드, 파워, 운동능력 등을 모두 갖춘 완벽한 슈터는 없다.
훈련에 더해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되는 부분도 많은지라 장점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대 2호 한국인 NBA리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데이비슨대
이현중(22·201cm)은 그간 한국농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대형 슈터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일단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다.
국내기준 빅맨급 신장에 준수한 스피드,
부드러운 슛터치 거기에 높은 BQ까지 인정받으며 미국 현지에서도 가능성 높은 슈터로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언급되던 ‘200cm넘는 키를 가진 이충희’라는 캐릭터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하드웨어 진화중인 소프트웨어까지
꾸준히 뛰어난 슈터를 배출하고 있는 한국 농구에서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이른바 최고 슈터의 자리다.
이견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역대 최고 슈터하면 신동파 혹은 이충희를 꼽는 이들이 많다.
이후 세대를 둘러봐도 문경은, 조성원 등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슈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좋은 슈터는 계속해서 나오고있는 추세지만 커리어, 상징성,
임팩트 등에서 기존 선배들의 아성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농구 팬들은 역대 최고 슈터
자리가 머지않아 이현중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의 가치도 만만치 않지만 아직 어린 나이와 가능성 등을 감안했을 때
‘어디까지 성장하고 나아갈지 가늠이 안된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데이비슨대에서 에이스급 슈터로 활약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존 국내 선수들과는
차별화를 둘 수 있으며 NBA 혹은 유럽무대 등에서 커리어를 쌓고 이어간다면
역대 최고 슈터는 물론 국내 기준 ‘농구하면 허재’라는 공식(?)까지도 깨버릴 공산이 크다.
WKBL 시절 ‘여자 조성원’이라고 불렸을 만큼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빼어난 돌파와
슈팅력을 자랑했던 김영옥은 “대한민국 농구인치고 이현중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이제는 아줌마가 돼서 보는 눈도 예전같지는 않겠지만 평범한
슈터의 시선으로 봐도 볼 없는 움직임이 정말 좋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흔히 뛰어난 포인트가드가 있으면 슈터가 살아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리다. 슈터가 부지런히 볼없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패스를 줄 공간이 생긴다.
그렇게되면 공간도 넓어지며 해당 슈터는 물론 다른 동료들의 찬스까지 같이 만들어진다.
이현중은 그러한 움직임이 매우 좋다. 자신은 물론 팀 전체 경기력을
업그레이드 시켜 줄 수 있는 슈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각슈터’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으며 KBL에서 활약했던
조우현 또한 “좋은 신장에 나날이 늘어가는 기술까지…,
선배 슈터의 입장에서 봐도 나무랄데없는 저격수라고 보여진다.
너무 잘하는 선수라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미국 무대는 워낙 피지컬과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가 넘쳐나는
곳인 만큼 국내와는 차원이 다른 거친 수비를 이겨내는게 중요할 듯 싶다.
현지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몸 관리, 파워 보강 등이 키포인트다”는 말로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 진출 당시부터 이현중의 멘토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김효범 서울 삼성 코치는
“현중이의 슛정확도야 이미 국내 시절부터 정평이 나있었다.
문제는 그러한 적중률을 더 높은 무대에서도 꾸준히 가져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리 슛이 좋아도 수비에 막혀 슛 시도 자체가 어려워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운동능력 좋은 외국 선수들이 타이트하게 수비를 들어가면 정말 숨이 막힌다.
슛을 던질 작은 틈도 좀처럼 허용하지않는다.
때문에 최대한 간결하게 공을 던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 결과 현중이의 지금 슛폼이 완성됐다.
현중이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더 큰 무대를 꿈꾸고 있는 선수이니만큼 갈수록 거세지는 수비에 맞서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한번이라도 더 찬스를 가져갈 수 있을까를 늘 궁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명 슈터하면 빠지지 않고 이름이 거론되는 문경은 SK 전 감독은 “나와 이현중은 슛폼이나 스타일이 좀 다르다.
현역 시절 나는 최대한 높이 올라갔다가 정점에서 슛을 쐈지만 이현중은 올라가면서 쏜다.
개인적으로 전자가 정확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수비에 대한 대처,
간결함 등에서는 후자가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현중이 경쟁하는 무대는 국내와 다르니까 거기에 맞는 움직이나 슛폼 등에서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상대를 위협할 또 다른 무기를 더욱 갈고닦으면 어떨까싶다.
예를 들어 투맨게임 같은…, 옵션이 많을수록 수비하는 쪽은 머리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슈터는 때론 이기적이고 뻔뻔해야 한다. 슛 몇 개가 빗나갔다고 흔들려서는 안된다.
현역시절 그리고 감독 시절의 경험을 돌아보면,
슛이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잔뜩 긴장해서 몸이 뻣뻣해지거나 동료들에게
패스를 돌리며 슈팅을 망설이는 선수들이 있었는데 그렇게되면 슈터로서 대성하기 힘들다.
난사하는 것도 문제지만 찬스에서는 ‘9개를 실패했어도 앞으로 10개를 넣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져야한다.
슈팅의 90%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더욱이 미국은 공격 욕심을 권장하고 경쟁시키는 무대가 아닌가.
알아서 너무 잘해주고있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뻔뻔해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애정어린 조언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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