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의 화두는 ‘라커룸’이다. 구단마다 앞다퉈 라커룸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 최상의 경기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SSG의 홈인 인천의 SSG랜더스필드다. 무려 40억 원을 들여 확 바꿨다.

SSG는 홈, 원정 라커룸은 물론 더그아웃, 그리고 사우나 등 부대시설까지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라커룸은 종전 208.31㎡(63평)에서 292.03㎡(88평)로 넓어졌다. 

개인 로커 폭은 기존 1.2m에서 메이저리그(MLB) 수준인 1.4m로 늘렸다. 

더그아웃 바로 뒤에는 실내 타격연습장 3개 면과 타격준비실을 조성했다. 

출장 직전까지 타격 감각을 가다듬을 수 있게 됐다.

랜더스필드 라커룸 옆에 아로마 사우나가 마련됐다. 

거품을 일으키는 개인용 드림배스(온탕)와 근육 피로를 풀어주는 폭포수냉탕, 

핀란드 전통 방식의 로울리사우나독까지 갖춰 빠르게 피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SSG 구단은 물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사우나 구조 

공사를 위해 모기업인 신세계그룹 소속 건설사 관계자까지 동원했다. 

클럽하우스 내 사우나 시설을 갖춘 것은 SSG가 전 세계 최초다. 

MLB엔 ‘목욕 문화’가 없고, 일본프로야구 역시 사우나 시설이 있는 구장은 없다.

지난해까지 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했고 올 

시즌 유턴한 SSG의 에이스 김광현은 “사우나는 예외로 치더라도,

 웨이트룸 등은 빅리그와 견줄 만큼 좋다”면서 “선수들은 경기 전후 라커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의자와 소파가 중요한데, 라커룸 의자와 소파의 질은 호텔을 연상케 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SSG의 맏형이자 빅리그에서 15년간 몸담았던 추신수는 “홈 클럽하우스만 본다면 빅리그급”이라면서

 “(라커룸 개선은) 아주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빅리그의 명문 뉴욕 양키스 출신으로 SSG 

선발진에 합류한 투수 이반 노바는 “빅리그 클럽하우스보다 좋다. 모두 마음에

 들고 특히 사우나의 냉탕, 온탕이 가장 인상 깊다”고 말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SSG의 원정 라커룸도 단장을 마쳤다. 시범경기를 위해 랜더스필드에 온 LG의 투수 고우석은 “원정 

라커룸까지 이렇게 넓고, 깔끔하게 바뀐 줄은 몰랐다”면서

 “원정팀 선수들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잠실구장은 원정 라커룸을 업그레이드했다. 원래는 선수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곳.

40년 전인 1982년 문을 연 잠실구장은 프로야구의 메카. 하지만 원정 라커룸은 공간이

 부족해 일부 선수는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개인 장비를 둘 공간도 마땅치 않아 복도에 

늘어놓은 채 썼고, 이로 인해 분실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샤워 시설도 모자라 원정팀은 숙소로 이동해 땀으로 젖은 몸을 닦았다.

추신수는 지난해 국내리그에 합류,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을 경험한 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신기하다”고 꼬집었다.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과 LG, 그리고 서울시는 원정 라커룸을 개선했다. 

공사비 8억 원을 들여 99㎡(30평)였던 원정 라커룸을 223㎡(67.5평)로 2배 이상으로 확장했다.

 3루 쪽 화장실 등도 원정 라커룸과 합쳤다. 로커는 25개에서 33개로, 

샤워실은 3인용에서 12인용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물리치료실도 새로 마련됐다.

한화의 홈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프로야구 구장 중 가장 오래됐다. 준공은 1964년.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4억 원을 들여 이글스파크 라커룸을 쾌적하게 꾸몄다.

기존 라커룸 공간을 최대한 활용했고, 특히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주장 하주석은 로커와 

수납장 설계에 참여했다. 하주석은 “선수들 모두 달라진 이글스파크 라커룸을 보곤 깜짝 놀랐다”면서

 “로커와 의자를 모두 편하게 쓸 수 있고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