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밝아오던 시점까지만 해도 KBO리그 경쟁은 거의 대부분 

'그라운드'에서만 이뤄졌다. 누가 더 많이 이기는지,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내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 지형은 프로야구의 산업이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관중석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누가 더 마케팅을 잘하는지, 누가 더 팬서비스를 잘하는지 등도 경쟁의 요소가 됐다.

어차피 구단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그라운드에서 매일 이길 수도 없고, 

매해 우승할 수도 없다. 그런 와중에 꾸준히 팬들을 유입할 수 있는 요소가 중요시된 것이다.

지난해 창단해 10개 구단의 막내격인 SSG는 여기에 불을 한 번 더 당겼다. 기존 SK 와이번스를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가 프런트에 살아 숨 쉬는 가운데 모기업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저돌적인 

실행력이 만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선수단 전력 보강에 아낌없는 돈을 투자함은 물론,

 선수단 시설에서도 최고가 되겠노라 겨우내 5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다.

그간 선수단 시설 투자는 밖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을뿐더러, 대다수 구단들이 경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은 분야였다. 단순히 신축 구장은 시설이 조금 더 좋고, 오래된 구장들은 어쩔 수 

없는 공간의 한계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SSG가 이 틀을 깼다.

 지은 지 20년이 넘어가는 인천SSG랜더스필드의 클럽하우스를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홈팀은 물론 원정팀 클럽하우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일부 낙후된 경기장들의 홈

 클럽하우스보다 더 좋다는 부러움까지 나온다. "우리가 배려를 못 받으니 우리도 해줄 필요가 

없다"는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가 먼저 배려하면, 추후 타 구단도 움직일 것이다. 

KBO리그의 수준이 향상되려면 원정팀도 최상의 컨디션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낸 덕이다.

SSG는 이런 투자 경쟁도 후끈 달아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SSG 구단 고위 관계자들은 "프로야구의

 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항상 자신들이 1등을 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한다. SSG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으니 다른 팀들이 이 기준을 빨리 뛰어넘고,

 또 다른 팀이 새 기준을 뛰어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가 강하다.

선수 출신인 민경삼 SSG 대표이사 또한 "KBO리그가 40년을 맞이했다. 겉은 화려해졌지만, 

내실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른 구단들이 우리보다 더 좋은 클럽하우스를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 대표이사는 "신구장 건설에 들어간 대전은 우리보다 더 좋은 시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근래 신축한 광주·대구·창원은 이미 괜찮은 클럽하우스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꾸준히 개보수를 한다면 

다른 팀에 부럽지 않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잠실·대전·사직 등 오래된 

구장을 쓰는 팀들은 구조와 공간의 한계 탓에 메이저리그급 시설을 갖추기가 어렵다.

그 와중에 새 경기장 건설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대전이다. 최근 다소 브레이크가 걸리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건설 계획이 나와 있다. 선수단 시설 구상 시간이 여유가 있기 때문에 

SSG 이상의 클럽하우스 시설을 기대할 만하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도 새 구장 건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대표적인 곳이다. 한편으로 잠실종합운동장 부지 개발과 

함께 들어설 새로운 잠실야구장의 구단 시설에도 큰 관심이 몰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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