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육성 응원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한국-이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9차전이 열린 24일 오후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개시 시작 시간인 오후 8시를 무려 여섯 시간 남겨둔 오후 2시부터 팬들이 대거 몰렸다.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양팀이지만, 아시아 최강팀의을 가리는 경기라는 점에서 서로 물러설 이유는 없었다.

 이란에 승점 2점 뒤진 20점 2위인 한국은 무조건 이기고 1위 탈환을 할 필요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총력전에 나섰다. 예매부터 서버가 폭발해 사과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결국, 6만5천여석 모두 매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제한된 생활을 해야 하지만, 

거리 두기를 철저하게 지키며 입장했다. 200m가 넘는 긴 줄이 형성됐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압권은 경기장 내 모습이었다. 4면의 관중석에 카드섹션이 넘실 거렸다. 

'보고싶었습니다'라는 문구와 더불어 태극기가 물결쳤다.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전면 유관중을 결정한 뒤 이란을 확실하게 이기기 위한 분위기 연출이었다.

육성 응원을 할 수 없어 팬들의 목소리를 담아 각종 응원 구호와 노래를 송출했다.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팬들과 연결되면서 동시에 침묵과 박수를 보내야 하는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그런데 인간의 본능을 제어하기는 어려웠다. '대~한민국' 구호가 울리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육성 응원이 들렸다. '육성 응원 자제'라는 문구는 말 그대로 문구였을 뿐이다.

이란이 볼을 잡으면 야유가 쏟아졌다. 

충분히 홈 이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압박감이 필요했는데 알아서

 야유가 울린 것이다. 평소 라이벌 이란만 만나면 1인치가 부족해 

패하거나 무승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모든 함성은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 나왔다. 

서로 비말이 튀지 않도록 배려하며 나온 함성이었다. 

이란은 쓰러졌다가도 야유에 빨리 일어나는 등 원정의 무서움을 느꼈다.

 30분 쇼자에 칼릴자데가 넘어지자 야유는 무거웠다.

'오 필승 코리아', '아리랑' 등 모든 응원가에 잔잔한 함성이 나왔다. 경기가 멈추면 응원을

 자제하는 미덕도 있었다. 함성의 참맛은 골 상황이었고 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의 무회전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뚫자 기쁨의 함성이 상암벌을 흔들었다. 코로나19로 지치고 

무관중 경기로 응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응어리를 확실하게 푼 순간이었다.

후반에도 팬들의 간헐적 함성은 이어졌다.

 벤투호에는 응원의 목소리, 이란에는 압박의 야유였다. 

15분 카드 섹션이 다시 이어졌고 대한민국 함성이 퍼져 나갔다. 

3분 뒤 김영권(울산 현대)이 추가골을 터트리며 다시 한번 경기장을 용광로로 만들었다.

일체된 모습은 벤투호에 약, 이란에 독이었고 승점 3점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매진으로 만든 6만4천375명의 관중의 힘이었고 승점 23점으로

 1위 탈환이라는 결과물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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