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시즌 장타왕 최고 기록은 312.4야드(약 286m)다.
미국 국적인 마이카 로렌 신(27)이 2020년 기록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마이카 로렌 신은 지난해에도 308.5야드로 2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올 시즌에는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해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괴물 신인 정찬민(23·CJ온스타일)이 그 주인공이다.
●“거리 보다 쇼트게임 보완에 집중”
187cm, 107kg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정찬민은 지난해 스릭슨(2부)투어에서
상금 랭킹 1위에 오르며 다음달 개막하는 2022시즌 코리안투어에 데뷔하게 됐다.
스릭슨투어는 공식 기록 집계가 안 돼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평균 320야드 이상을 날리는 괴력의 소유자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한 차례 출전한 코리안투어 대회인 부산경남오픈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321.8야드를 찍었다.
코리안투어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정찬민은 1월 29일부터 3월 12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의 키어랜드골프장에서 40일 넘는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오전에는 롱게임, 쇼트게임을 가다듬고 오후에는 연습 라운드를 돌며 실전 감각을 쌓았다.
정찬민은 “무엇보다 100m 이내의 다양한 기술샷 등을 보완했다”며 “동계 훈련 기간 동안
천연 잔디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매일 쇼트게임 훈련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샷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컨트롤 능력을 보강했다”고 말했다.
체력훈련은 유산소 운동 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진행했다.
근력을 더 키우고 장기레이스에서 체력을 강화할 목적.
●“80g대 묵직한 샤프트 장착으로 파워 업”
“세 번의 도전 끝에 정규투어 출전권을 따낸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2017년과 2018년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2019년부터 3년 동안 스릭슨투어에서 활동했다.
2019년과 2020년 정규투어 자격시험에 해당하는 퀄리파잉
테스트(QT)에 두 차례 응시했으나 모두 낙방하는 아픔을 겪었다.
골프를 포기할까 고민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코리안투어 대회 정상에 오르는 꿈을 생각하며 버텼다.
올 시즌 첫 번째 목표는 평생 한번 뿐인 명출상(신인상) 수상이다.
데뷔 첫 해 우승을 한다면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게 그의 포부다.
폭발적인 장타는 정찬민의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로그 ST MAX LS 9도 제품을 쓰고 있다.
캘러웨이 피팅 팀에 따르면 드라이버에 장착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80g대 샤프트의 헤드
쪽 부분에 2인치 팁 커팅을 해 최대한 무겁고 강하게 세팅했다는 게 특이점이라고 한다.
스윙 측정 결과 그의 클럽 스피드는 115~120마일에 이르며 볼 스피드는 175~180마일로
국내에서 거의 최상급 수준이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과 견주어도 높은 편. 스핀 레이트 2200~2400 rpm.
정찬민의 남다른 장타 능력은 고교 시절부터 유명했다. 2016년 대구CC에서 열린 송암배 당시 고교
2학년 정찬민은 마지막 라운드 15번 홀(파5·448m)에서 드라이버 대신 3번 우드로 290m를 날린 뒤
8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투온에 성공해 이글을 낚기도 했다. 허정구배 대회가 열리는 남서울CC에서는
모든 파5홀에서 투온이 가능했다. 정찬민이 기억하는 자신의 ‘롱기스트’ 기록은 370m.
국가대표였던 고3 시절 영국 로열리버풀골프장에서 열린 영 챔피언스 트로피 대회에서였다고 한다.
정찬민은 “장타를 치고 있으니 장타왕에 대한 의욕이 있다”며 “코스 공략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칠 수 있어서 스코어를 줄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드로우, 페이드 등 장타 구질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는 게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거리에 목마른 주말 골퍼를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연습 스윙을 많이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강하게 10번, 보통으로 10번 이렇게 반복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몸의 코일링(상체 꼬임)에 신경 쓰시면 좋습니다.”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이 오히려 독”
정찬민은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골프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따라가서 공을 쳐보니 재미가 있어 인연을 맺게 됐다.
주니어 시절 될성부른 대형 떡잎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2016년과 2017년 국내 최고 권위의 아마추어 대회 가운데 하나인 송암배를 2년 연속 우승했다.
2016년 첫 우승 때는 2위 김한별을 6타차로 제쳤고 2017년 대회
타이틀 방어를 할 때는 10타차의 대승을 거둘 만큼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2017년에는 일송배 제35회 한국주니어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라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솔직히 아마추어에서
잘 쳐서 프로를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쉽게 보고 넘어온 프로세계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남다른 장타 능력을 갖추고도 정규투어 진출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장점인 드라이버 샷이 스트레스를 부를 때도 있었다.
그는 “멘털 강화를 위해 그냥 생각을 좀더 심플하게 가지려 했다.
만약 대회에 나가 실수가 나왔으면 최대한 빨리 잃어버린다든지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3년 스릭슨 투어 생활은 소중한 경험”
고단한 스릭슨투어 생활은 소중한 경험이 됐다. “스릭슨 투어 상금 순위 1위를 해서 매우 영광이었습니다.
코리안투어에 가기 전에 제 실력을 좀 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시도해
보면서 어느 부분을 좀 더 보완하고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스릭슨투어와 코리안투어의 가장 차이로는 그린스피드를 꼽았다.
그는 “코리안투어 대회 코스는 스릭슨 투어 대회 코스보다 그린이 빨랐다”며 “스릭슨투어는
카트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10, 20차 대회는 걸어서 플레이를 하고,
코스 세팅도 까다로워 코리안투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릭슨투어는 지난해 연간 4개 시리즈.
20개 대회에 총상금 17억원 규모로 확대되면서 스타 등용문이 됐다.
스릭슨투어를 후원하고 있는 던롭스포츠코리아(대표 홍순성)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모든 개별 대회에 클럽 수리 차량인 투어밴 서비스를 지원하고 전폭적인 선수 후원으로
호평을 들었다. 정찬민은 지난해 스릭슨투어 12차전과 최종 20차전에서 2승을
거두고 2차례 준우승을 하며 오랫동안 기다린 코리안투어 출전자격을 따냈다.
2022시즌 코리안투어 개막전은 4월 14일부터 17일 강원 춘천 라이에빌CC에서 열리는 제17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올 시즌은 상금과 대회수에서 코리안투어 사상 최대
규모로 펼쳐진다. 총 22개 대회에 160억5000만 원 이상의 총상금이 걸렸다.
‘큰 칼’을 찬 준비된 신인 정찬민의 시선이 역대급 무대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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