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은 강팀이지만 대표 선수 한 명을 꼽으라면 선택하기 힘들다.

 그만큼 많은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항공이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창단 후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대항항공은 한 시즌의 영광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고심했다. 

꾸준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두명의 스타플레이어에게 치중하지 않는 팀 컬러를 만드는게 필요했다.

이번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1987년생 젊은

 감독인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용병술과도 일맥상통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여러 선수를 골고루 기용하면서 기회를 줬다.

시즌 초반까지만해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1라운드 2승4패로 부진하며 틸리카이넨 감독의 

리더십에도 물음표가 떴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짜임새있는 조직력을 

갖춰나가기 시작했고 2라운드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세터에는 1985년생 동갑내기 베테랑 한선수와 유광우, 

레프트에는 곽승석과 정지석이 안정적인 리시브와 공격을 이끌었다. 리베로 정성민과 오은렬도 힘을 보탰다.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는 KB 손해보험의 승패를 이끄는 노우모리 케이타처럼 화려한 주포

 역할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색깔에는 적합했다. 왼손잡이 라이트라는 

이점으로 여러각으로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스윙스피드가 빨라 세터와 호흡만 잘 맞아떨어지면 공격을 솝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각자가 제 역할을 한 대한항공은 누구 한 명의 팀이 아닌 대한항공 그 자체로 

똘똘 뭉쳐서 정규시즌 챔피언에 올라섰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규시즌의 조직력을 

이어가 2승1패로 최종 승자가 됐다. 특히 지난 9일 열린 3차전에선 풀세트 접전에 마지막 

5세트 8번의 듀스가 이어져 남자부 역대 최장 시간인 2시간57분간 명승부를 펼쳤다. 

결국 대한항공이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며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팀에 새로운 문화를 심어 새로운 배구를 펼치고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모두가 내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 나를 도와줬다”며 “우리와 KB손해보험 모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멋진 경기를 했다. 다행히 우리가 더 멋진 날을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항항공의 이같은 업적을 향해서는 마냥 좋은 평가를 내릴 순 없다.

대한항공은 시즌 초반 정지석이 데이트 폭력으로 물의를 빚어 전력에 합류하지 못했다. 

1라운드 성적 부진은 정지석의 빈 자리가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

당시 여자배구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조송화의 

무단 훈련 이탈 등으로 떠들썩했고 팀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까지 처해졌다. 대한항공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지석을 복귀시켰다. 

배구팬들이 트럭 시위를 벌였으나 팬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지석은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했다. 때마침 대한항공의 짜임새있는 

조직력도 결국 정지석이 합류했기에 가능했다.

2021~2022시즌은 역대급 순위 경쟁이 펼쳐진 시즌이었다.

 이같은 과정 속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대한항공의 업적은 칭찬을 받아 마땅하나, 

그 과정 속에는 팬들의 상식과 배치되는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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