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이자 현역 최다승 투수인 저스틴 벌랜더(39‧휴스턴)는
두 번의 큰 시련을 이겨냈다. 혹자들이 '데드암'이라고 불렀던 시기에서
보란 듯이 재기했다. 30대 후반에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 또한 이겨냈다.
밥 먹듯이 시즌마다 200이닝을 먹어치우며 국내 팬들에게 '금강불괴'로 불린 벌랜더는
2013년을 기점으로 뚜렷한 하락세를 탔다.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뚝 떨어지면서 예전의
위력을 잃었다. 만 31세부터 34세 시즌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자책점은 3.59로 올랐다.
어린 시절 너무 많이 던진 벌랜더가 생기를 잃었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벌랜더는 보란 듯이 재기했다. 93마일(150㎞)까지 떨어졌던 포심
평균구속을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끌어올렸고, 2018년과 2019년 2년간
68경기에서 37승15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올스타 지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오래 버텼던 팔꿈치 인대가 결국은 탈이 났다. 2020년 시즌 한 경기만
던지고 인대가 끊어졌고, 결국 토미존서저리를 받고
전열에서 이탈했다. 재활만 꼬박 1년 반 했다.
벌랜더가 이 시련까지 이겨낼 수 있느냐는 개인 통산 300승 달성과 더불어 큰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2년을 쉰 벌랜더가 재기를 하더라도 예전의 구위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고, 나이
문제로 300승은 불가능할 것이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구위를 보고 생각을
바꾼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벌랜더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휴스턴과 1년 2500만 달러(약 321억 원) 계약을 한 벌랜더는 올해 첫 7경기에서 45⅔이닝을
던지며 5승1패 평균자책점 1.38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0.147의 피안타율은 리그
최고를 다투고 있고, 41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9개만 내줬다. 전체적인 세부 지표도 긍정적이다.
16일(한국시간)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 경기에서는 5이닝 동안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번째 승리(1패)를 따내기도 했다. 경기 초반 점수차가 벌어져 5이닝만 던졌지만,
이날 최고 구속이 98.3마일(159㎞)을 찍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헛스윙 비율은
43%에 달했다. 벌랜더의 장기들이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벌랜더는 이날 승리로 개인 통산 231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역사적인 업적이자, 벌랜더 개인의 마지막 목표일 법도 한 300승까지는 이제 69승이 남았다.
한 시즌에 15승을 한다고 해도 올해 포함 다섯 시즌이 필요한 업적이다. 나이를 고려할 때 큰
부상이라도 한 번 있으면 도전은 그대로 끝이다. 제아무리
벌랜더라고 하더라도 달성 가능성은 높게 잡기 어렵다.
그러나 역대 강력한 신체와 구위를 바탕으로 40대까지 선수 생활을 한 랜디 존슨의
사례를 보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존슨이 통산 231승을 달성한 건 만 40세 7개월 때의 일이었다.
벌랜더는 만 39세 2개월로 1년이 빠르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성공적으로 재활을 끝낸 만큼 당분간은
같은 부위에 문제가 일어날 확률은 적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과시한
벌랜더의 여정은 스스로 중단을 결정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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