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후 7년 만에 외국인 타격왕이 배출될까.
최근 6시즌 동안 KBO리그 타격왕은 토종 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2016시즌 최형우부터
2017시즌 김선빈(이상 KIA 타이거즈), 2018시즌 김현수(LG 트윈스), 2019시즌 양의지(NC 다이노스),
2020시즌 최형우, 2021시즌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차례로 왕좌에 올랐다.
최근 10년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2015시즌만 외국인이 타격왕 영예를 챙겼다.
정교함보다 한 방 능력이 우선시되고, 부상을 당하거나 성적 부진이 길어지면 여지없이 방출
칼날을 맞는 환경에서 뛰는 외국인 타자가 토종 타자들을 뚫고 타격왕에 오르기
쉽지 않았다. 이런 악조건을 뚫고 타이틀을 거머쥔 선수가 에릭 테임즈(당시 NC)다.
테임즈는 2015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1을 기록, 당당히 타격왕에 올랐다.
득점왕(130득점)도 차지했다. 뿐아니라 홈런 3위(47개), 타점 2위(140개), 볼넷 2위(103개),
안타 4위(180개), 도루 5위(40개)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KBO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 역사를 썼고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후 6시즌 동안 외국인 타자들은 타격왕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9시즌 호세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가 타율 0.344를 기록했는데, 양의지(0.354)에 1푼 뒤져 아쉽게
2위에 머물렀다. 2020시즌 MVP 멜 로하스 주니어도 타율 0.349로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최형우(타율 0.354)와 손아섭(타율 0.352)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엔 어떨까. 아직 정규 시즌의 3분의1도 치르지 않았지만,
판도는 흥미롭다. 외국인 타자가 순위표 꼭대기에 올라있다.
타율 1위의 주인공은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다. 20일 현재 타율 0.389로
1위를 질주 중이다. 2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타율 0.362)와 격차도 꽤 난다.
지난 1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전 경기까지 20경기 연속 안타를
때릴 정도로 감이 꾸준히 좋다. 배드볼 히터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뽐내며 삼성이 3위까지 치고올라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을 괴롭히던 발 부상에서도 벗어난 모양새다. 평발인 피렐라는 고질적인 발바닥 통증을
안고 경기를 뛴다. 지난 시즌에도 발바닥 부상으로 고역을 치렀고 이는 성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전용 스파이크와 특수 제작 깔창을 마련해 고통을 해소했고 경기 후에도
집중 케어를 받으면서 철저하게 관리 중이다. 부상을 털어내니 성적도 수직 상승했고, 어느덧 타율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KBO리그를 지배중인 투고타저 현상을 유유히 피해가고 있는 피렐라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아직 시즌 초반이라 경기를 치르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
타격 페이스가 워낙 좋기에 7년 만의 외국인 타격왕 배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관건은 역시 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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