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올해 40세를 맞이한 1982년생 동갑내기 트리오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추신수(SSG 랜더스)가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대호한테 한 방 맞았죠.” 오승환은 지난달 24일 열린 이대호와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안타를 내준 경험을 떠올리며 웃었다. 친구의 여전한 기량을 칭찬하는 한마디였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예고했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이대호다. 24일 기준 타율 0.366,
6홈런 22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과 최다안타(59개)는 호세 피렐라(0.389, 61개)에 이은 2위다.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 확대로 투고타저 현상이 또렷하지만
이대호는 지난해(타율 0.286, 19홈런)보다 성적이 좋아졌다.
2017년 KBO리그 최초로 은퇴 투어의 주인공이 된 이승엽은 만 41세에 타율 0.280, 24홈런을
때려냈다. 이대호의 피날레도 그에 못잖다. 롯데 팬들은 “은퇴를 번복하라”며 아쉬워한다.
오승환 역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18경기에 등판해 2승 1홀드 11세이브(4위)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 중이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선 2-1 한 점 차 승리를 지켜 KBO리그
통산 350세이브를 올렸다. 오승환은 “후배들이 나를 보고 도전할 수 있게 세이브 앞자리 숫자를
바꾸고 싶다”며 400세이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오승환은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2시즌
뛰면서 80세이브와 42세이브를 기록했다. 28개만 추가하면 한·미·일 500세이브 고지도 밟는다.
전성기 시절 오승환은 시속 150㎞의 ‘돌직구’를 뿌렸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구속은 140~143㎞에
머물고 있다. 오승환은 “방송사 스피드건마다 측정 방식이 다르다. 구단에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오승환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다. 가장 최근 등판인 21일 KT전에선
146.3㎞를 찍었다. 예전보다 뜬공이 늘어났지만 아직 피홈런은 없다.
또 다른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 역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슬로 스타터였던
추신수는 올 시즌 초반에도 타율 0.219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득점 기회를 만드는 1번 타자의
덕목을 충실히 수행한다. 출루율 9위(0.398)다. 강점인 선구안을 살려 볼넷도 많이 고르고,
몸으로 날아오는 공도 피하지 않는다. 추신수는 “미국에서도 나는 안타보다 출루에 집중했다.
다른 선수들이 2안타를 이야기할 때, 난 3출루를 신경썼다”고 했다.
최고참이지만 주루 플레이에 최선을 다 한다. 지난 20일 LG전에선 4-4로 맞선 9회 말 무사
1루에서 안타를 때려 1, 2루를 만들었다. 후속타자 최지훈의 중견수 뜬공에 2루주자 김민식이
3루로 내달렸다. 공이 3루로 향하는 사이 추신수는 2루를 파고들었고, 이상호가 급하게 2루로
뿌린 공이 벗어나면서 끝내기 실책으로 이어졌다. 추신수가 발로 만들어 낸
결승점이었다. 아직 우승 반지가 없는 추신수는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추신수와 이대호가 만난 24일 인천 경기에서는 SSG가 롯데를 3-2로 이겼다. SSG는 가장 먼저
30승(2무 13패)을 기록했다. 2-2로 맞선 9회 말 1사 만루에서 롯데 김유영의 투구가 최지훈의
팔꿈치를 맞으면서 끝내기 몸맞는공이 됐다.
구원왕 출신인 SSG 하재훈은 타자 전향 이후 첫 홈런을 때려냈다.
KIA 타이거즈는 삼성에 4-3 승리를 거두고 단독 4위가 됐다. 황대인이
시즌 5호 홈런을 터트렸고, 마무리 정해영이 9회를 막고 시즌 13세이브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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