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상급 토종 선발 양현종과 원태인의 맞대결.
25일 대구 삼성-KIA전은 볼거리가 있었던 경기였다. 타이거즈 역사상 최다승인 151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좌완 레전드 양현종(35). 지난해 토종 최다 14승을 거두며 최고 우완으로
떠오르고 있는 라이징 스타 원태인(22)의 선발 맞대결. 관심을 끌기 충분한 매치업이었다.
두 거물의 이름 값 뒤에 숨은 깨알 같은 볼거리가 또 있었다. 천적과의 맞대결이었다.
삼성과 KIA에는 두 투수의 킬러가 숨어 있다.
삼성 내야수 최영진과 KIA 포수 박동원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최영진은 양현종을 상대로
19타수11안타(0.579)에 2홈런. 박동원은 원태인을 상대로 13타수9안타(0.692)
3홈런이었다. 압도적 천적인 이 둘은 어김 없이 선발 라인업에 배치됐다.
거천적과의 승부. 흥미를 떠나 이날 승부의 포인트였다.
결국 천적 상대 결과가 희비를 갈랐다.
양현종은 1회에 고비를 맞았다. 선두 타자를 내야 실책으로
출루시키면서 1사 1,3루에서 오재일에게 희생플라이로 먼저 실점을 했다.
이어진 2사 1,2루. 최영진이 타석에 섰다. 천하의 양현종도 쉽게 승부하지 못했다.
볼카운트 3B1S로 몰렸다. 볼넷을 내주면 만루가 되는 상황. 빠른 공을 바깥쪽에 깔았고,
최영진이 엉거주춤 하게 때린 볼이 내야 땅볼이 됐다. 중요했던 첫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2-1로 앞선 4회 1사 1루에서 최영진을 다시만난 양현종은 속도를 살짝 늦춘 138㎞ 패스트볼로
유격수 쪽 병살타를 유도했다. 두차례 모두 '천적'을 극복한 양현종의 완승이었다.
745일 만의 라이온즈파크에서의 승리와 함께 타이거즈 역사상 최다인 통산 151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원태인은 박동원 트라우마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2회초 2사 후 몸쪽 빠른 공을 붙였지만 박동원의 배트가 부러지며 빗맞은 좌전안타.
이날 전까지 32타석 무안타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박찬호의 안타와 류지혁의 역전 2타점 적시 2루타가 이어졌다.
4회에는 두번째 만남에서는 선두 타자 박동원에게 볼넷을 내주며 승부를 피했다.
원태인은 1-2로 뒤진 5회 이창진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준 뒤 1사 1,2루에서 박동원 타석을
앞두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박동원은 이날 멀티히트로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 원태인을 상대로는
14타수10안타, 0.714의 타율을 경이적인 기록을 이어갔다. KIA는 11대5로 승리하며
3연승과 함께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천적 싸움의 결과가 승부를 갈랐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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