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36.롯데)는 프로 입문 후 13년간 도루가 118개에 불과한 선수다.
한 때 20도루 정도를 꾸준히 기록한 적도 있었지만 2014년 이후로는
두자릿 수 도루를 기록한 적이 없다. 더 이상 뛰는 걸 기대하긴 어려운 선수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준우가 다시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롯데 야구가 달리는 야구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김평호 주루 코치가 자리 잡고 있다.
김 코치에겐 롯데를 다시 달리는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특명이 주어져 있다.
김 코치는 "이제 우리 팀 선수들은 다 뛴다고 보면 된다.
마구잡이로 아무 때나 뛴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상대가 틈을 보이면 어떤 선수라도 뛸 수 있도록 준비 시킬 생각이다.
전준우도 다시 달려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대적인 도루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제는 뛰는 야구를 해야 한다. 감독님도 그걸 원하고 계신다. 그에 맞춰 선수들을 준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거북이 팀이다. 지난 해 도루가 60개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1위인 삼성(116개)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롯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뻥 야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잘 치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운 야구를 자초했다.
여기에 잘 달리던 손아섭마저 전력에서 이탈했다.
손아섭은 아주 많은 도루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해에도
1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팀이 필요한 순간에는 뛸 줄 아는 선수였다.
이젠 누군가 그 빈 자리를 메워야 한다.
김 코치가 눈 여겨 보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장두성이다.
장두성은 팀 내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갖고 있는 선수다.
김 코치는 그가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면 박해민의 첫 해 성적 정도를 기대해 볼만 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참고로 박해민은 1군 데뷔 첫 시즌서 타율 0.297 65득점 출루율 0.381을 기록했다. 도루는 무려 36개를 해냈다.
올 시즌 롯데 팀 도루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숫자를 혼자 해냈다.
김 코치가 장두성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코치는 "선수를 쓰는 것은 감독님이 정할 문제다. 내가 관여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장두성이 주전 경쟁을 이겨낸다면 코치 입장에선 한결 편해질 수 있다.
장두성은 상대 배터리를 크게 흔들 수 있는 선수다. 주전이 된다면 팀의 도루 능력을 끌어올리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잘 성장해 주길 바라고 있다. 장기를 살리기 위해 도루 뿐 아니라 기습 번트,
훼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등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코치의 시선이 장두성에게만 꽂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다른 선수들에게도 공을 많이 들였다.
발이 빨라서가 아니라 빠르지 않은 발로도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공을 들였다.
조세진과 고승민 등 새 얼굴들에게 많은 투자를 한 이유다. 둘 다 아주 빠른 발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도 상대가 허점을 보이면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김 코치가 원하는 방향이다.
김 코치는 "조세진과 고승민 모두 타격 쪽에서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중용되면 치고 나서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지난 겨울동안 그 부분에 많은 훈련을 했다.
이제는 비활동 기간이 끝났으니 주전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주루에 대한 마인드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사직 구장이 넓어지며 크게 쳐서 많은 점수를 내는 것은 좀 더 어려워졌다.
어떻게 하면 상대를 최대한 괴롭히며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 마인드가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우리 팀은 이제 어떤 선수든 도루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투수별로 어떤 특성이 있고 어떤 약점이 있는지 공부하고 가르쳐야 할 시간이 왔다.
기회가 생기면 이대호도 도루를 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루 면에서 수 없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바 있는 김 코치다.
이젠 롯데에 '발 야구'를 주입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지난 겨울은 휴가도 반납하고 젊은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이젠 주축 선수들의 생각을 바꿀 시간이다.
그 시간들이 효과를 보게 된다면 롯데는 또 다른 야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김 코치의 땀과 노하우가 거북이 팀 롯데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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