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내야수 황재균(35)은 야구 선수로서 웬만한 것은 다 해봤다.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두 번 따냈고, ‘꿈의 무대’ 미국 메이저리그도 잠시나마 경험했다. 

국내로 돌아와 4년 88억원 FA 대박을 친 뒤 골든글러브도 수상한 황재균은 지난해 마침내 첫 우승 영광까지 누렸다. 

5일 부산 기장군 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황재균은 “새 시즌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우승의 여운은 이제 없다. 

그래도 한 번 더 우승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며 남은 선수 생활의 목표로 

“계속 어느 정도 평균치 성적을 유지하며 우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승팀 캡틴으로 FA가 된 황재균은 4년 60억원에 KT와 재계약했다. 

두 번의 FA로 총액 148억원 거액을 손에 넣었다. 30대 중반으로 남은 선수 생활을 KT에서 마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처음 FA로 KT에 왔을 때는 적응을 해야 했다. 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좋은 선수들과 같이 우승도 하고,

 팀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 이 선수들과 계속 야구하다 은퇴하고 싶다”고 팀에 애정을 드러냈다. 

KT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했지만 지난해 개인적으로는 힘든 해였다. 

시즌 초반 수비 중 타구에 얼굴을 맞아 코뼈가 골절되는 바람에 한 달 넘게 공백이 있었다. 

주장 중책을 맡아 팀 전체를 이끄는 것도 어려웠다. 그는 “주장을 처음 해봤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개인적인 야구만 해선 안 되는 자리다. 팀 전체를 보고, 선수들이 어떤 기분인지 봐야 한다. 

힘든 내색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기도 했다. 내가 주장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올해 KT는 최고참 박경수가 다시 주장 완장을 찼다. 

올 시즌은 무거운 부담을 내려놓았다. 마음이 가벼워진 만큼 몸도 가벼워졌다.

 그는 “살을 많이 빼고 캠프에 왔다. 매년 100kg 몸으로 한 시즌을 

했는데 작년에 처음 그 체중으로 체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느껴졌다.

 몸을 가볍게 해서 시즌에 들어가려 한다. 지금 7kg 정도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3루 수비에서 순발력을 살리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타선에서 해야 할 몫도 크다. 지난해 2번 타자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했고, 

올해도 비슷한 임무를 맡을 전망. 황재균은 “헨리 라모스에 따라 타순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타석에 자주 나가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2번 타순이 좋긴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번 타순에서 타율 3할1푼7리 OPS .808로 좋았다. 

이강철 KT 감독도 굳이 테이블세터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지난겨울 FA 박병호의 합류도 황재균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국가대표 팀에서 박병호와 함께하며 인연을 쌓은 황재균은 “멜 로하스 주니어(한신)가 나간 뒤 우리 팀에 장타가 부족했다.

 지난해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줘 우승할 수 있었는데 타선에 장타력이 추가되면 팀이 더 강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병호형이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딱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비시즌 동안 여러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KT 우승을 알린 황재균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하면서 우리도 팬이 많은 구단이란 것을 느꼈다. 

KT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며 “올해는

 수원에서 꼭 가을 야구를 하겠다”는 말로 홈에서 우승 축포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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