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센터가 없다’ NBA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종종 흘러나오는 푸념이다.
최근 트랜드가 3점슛, 스페이싱 등이 되다 보니 다재다능한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는 많아지고
있지만 강력하게 골밑을 지배하는 정통 센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어찌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예전 특히 마이클 조던이 리그를 호령했던 시절에는 빼어난 센터들이 정말 많았다.
하킴 올라주원, 데이비드 로빈슨, 페트릭 유잉, 샤킬 오닐의 4대 센터를 필두로 알론조 모닝,
디켐베 무톰보, 브래드 도어티, 릭 스미츠, 숀 브래들리, 블라디 디박 등 이른바 센터 전성시대였다.
당시와 비교하면 질적, 양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많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빅맨 자원의 기량저하보다는 역할이 달라진 부분이 더 크다. 과거에는 말그대로 골밑을 지키는
것이 센터의 역할이었다. 올라주원, 로빈슨 등 포워드의 특성까지 겸비한
테크니션 센터도 있었으나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골밑 사수라는 기본 개념은 비슷하지만 달라진 트랜드에
맞춰 팀에서 요구하는 부분에서의 변화폭이 크다. 공간을 넓게쓰는 팀이 많아짐에 따라 센터에게도
내외곽을 오가는 기동성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오픈찬스에서의 3점슛 시도 역시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기본옵션이 됐다. 샤킬 오닐같은 리그 파괴자가 아닌 이상 어설프게 크고 느린 센터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졌다.
현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센터로는 덴버 너게츠의 니콜라 요키치(27‧211cm)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조엘 엠비드(28‧213cm)가 쌍두마차로 불린다. 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로 상한가를 누리고 있는데 세르비아 출신 백인 센터, 카메룬 괴수 등 확연히
차이나는 캐릭터까지 더해져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이다.
요키치는 그간 NBA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유형의 센터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NBA를 이끄는 중심 플레이어들은 흑인이다. 운동능력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종목의
특성상 양과 질적으로 다른 인종이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다. 특히 덩치가 커질수록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센터 자리는 더더욱 그렇다. 이를 입증하듯 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는 대부분 흑인들의 독무대였다.
그런점에서 요키치는 특별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 그는 여타 백인 센터들이 그랬듯 기동성, 순발력,
점프력 등 여러부분에서 약점을 보였다. 신체능력은 후천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야 되는 요소가 많다.
2014년 드래프트 2라운드 41순위로 리그에 입성한 요키치는 강점을 살리는
플레이를 통해 리그 최고의 센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포인트 센터’라고 불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넓은 시야와 센스를 바탕으로한 빼어난 패싱능력이 일품이다.
단순히 센터치고 잘하는 수준이 아니다. 어지간한 퓨어 포인트가드를 연상케할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다.
211cm의 장신이 마치 1번처럼 패스를 뿌려주는지라 대처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거기에 더해 요키치는 자신의 육중한 몸을 제대로 쓸줄 안다. 그의 포스트업 스킬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힘으로 상대를 밀고 들어가는 것은 물론 유연한 피벗과 다양한 속임 동작을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골밑 득점을 성공시킨다. 거기에 37.5%의 3점슛 성공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곽슛 능력까지
갖추고있어 내외곽을 가리지않고 상대 수비를 뒤흔들어놓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지난 시즌 72경기에 출전해 평균 26.4점, 10.9리바운드, 8.4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한
요키치는 NBA 역사상 가장 낮은 픽으로 시즌 MVP를 수상한 선수가 됐으며, 덴버 최초의 정규리그
MVP까지 올랐다. 올시즌 역시 46경기에서 평균 25.9득점, 13.7리바운드(전체 2위), 7.8어시스트,
1.4스틸로 MVP 2연패를 향해 달리고 있다. 강점인 리바운드 기록을 가리고 보면 영락없는 정상급 가드의 성적이다.
요키치가 BQ가 돋보이는 농구 도사 타입이라면 지난 시즌 MVP 2위 엠비드는 한 마리 짐승처럼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괴수형 빅맨이다. 좋은 신체조건에 운동능력 거기에 강한 투쟁심까지 갖추고 있어 요키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코트를 접수한다. 점프력과 순발력을 고르게 겸비한지라 공수밸런스가 매우 좋다.
내외곽을 오가며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상대 수비진을 박살 내는 플레이가 가능하며
수비시에도 포스트 인근에서는 가로수비, 세로수비를 모두 수준급으로 해낼 수 있다.
엠비드는 신체 능력과 테크닉을 두루 겸비했다. 골밑에 자리를 잡고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덩크를 찍어대고 공격 리바운드를 장악하는 것을 비롯 다양한 피벗을 활용한 포스트 무브가 일품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외곽의 동료를 향한 킥아웃 패스, 달려 들어오는 동료의 움직임에
맞춘 컷인 패스 등을 함께 사용하는지라 수비수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든다.
어디 그뿐인가. 엠비드는 투박해 보이는 외모와 다르게 부드러운 슛터치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오픈찬스에서 던지는 수준이 아닌 양손 드리블을 치다가 스탭백으로 던지기도 하고 턴어라운드
점프 슛까지 가능하다. 3점슛 성공률 또한 빅맨 치고 준수한 편이며
거리가 꽤 있는 미들라인에서도 과감하게 훅슛을 성공시킨다.
포스트업, 패싱능력에 더해 빼어난 슛이 있기에 그가 탑이나 베이스라인 인근에서 공을 잡아도
수비진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페이크를 섞어 쓰다가 페이스업을 시도하거나 질풍같이 달려들어
드라이브인을 들어가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거리를 가리지 않고
수비진을 파괴할 수 있는 전천후 빅맨이라 할 수 있다.
이런점 때문에 같은 아프리카 계열 레전드 센터 하킴 올라주원과 비교되기도 한다.
물론 노련함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플레이 등에서는 아직 올라주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지만 파워,
터프함 등에서는 오히려 앞서는 부분도 있다. 기술적으로 다소 투박하고 힘은
더 강한 버전의 올라주원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문제는 몸 상태다. ‘건강이 보장되는 엠비드는 리그 최강 센터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엠비드는
잦은 부상으로 인해 소속팀의 골머리를 썩게 만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때문에 ‘제2의 그렉 오든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다행히 시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관리한 필요한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51경기를 소화했으며 올 시즌 또한
40경기에서 평균 29득점(전체 1위), 10.9리바운드, 4.4어시스트, 1스틸, 1.5블록슛을 기록하며 소속팀
필라델피아를 동부 5위에 올려놓고 있다. 선두 시카고 불스와는 2경기 차이다. 시즌 끝까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요키치와도 충분히 겨뤄볼 만한 성적이다.
포인트센터 요키치의 MVP 2연패냐, 아쉽게 2위에 그쳤던 괴수 엠비드의 반격이냐.
NBA를 대표하는 각기 다른 색깔 센터 대결에 농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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