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10일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 네이선 첸(미국)이 완벽한 연기로 금메달을 따고
차준환이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쓰기 전, ‘피겨 불모지’ 멕시코 출신의 도노반 카리요가 무대에 섰다.
상·하의와 스케이트까지 검은색 복장을 맞춘 카리요는 딘 마틴의 ‘스웨이’,
리키 마틴의 ‘마리아’ 등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라틴 특유의 익살스러운 미소와 표정을 지은 카리요는 경기 내내 행복에 겨운 듯했다.
무대가 끝난 후 받아든 점수는 138.44점.
8일 쇼트프로그램 성적(79.69점·19위)을 더해 총점 218.13점으로 전체 22위로 대회를 마쳤다.
메달권과는 큰 격차였지만, 대회 유일한 라틴아메리카 선수인 카리요는 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한 첫 멕시코인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30년 만에 나온 멕시코의 올림픽 출전 피겨 선수이기도 하다.
8살 때 동생을 따라간 동네 스케이트장에서
리사라는 소녀에게 반해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했다.
하지만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피겨 등
동계스포츠가 비인기 스포츠였고 사람들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중남미 국가도 9곳, 선수는 33명뿐이다.
멕시코에는 올림픽 규모의 경기장도 없었고, 쇼핑몰에서
손님 대상으로 둔 작은 규모의 아이스링크만 일부 있을 뿐이었다.
카리요는 멕시코 한 쇼핑몰의 링크장에서 11~14세
소녀들에게 피겨 레슨 부업을 하며 훈련을 병행했다.
손님들이 시끄러운 음악을 끄라고 항의하기도 했고,
나들이 온 가족들을 피해 기술을 연습했다.
아이스하키팀과 링크를 절반씩 나눠 연습하기 일쑤였다.
그의 나라에선 “축구나 해라” “피겨는 여자애들이나 하는
거야”라고 괴롭히거나 “여기서 겨울스포츠는 말도 안 된다”며 비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난 내가 피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며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걸었고,
지난해 3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카리요는 자신의 무대에 만족하며 2026년 밀라노 올림픽을 기대했다.
그는 “많은 목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한계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라틴아메리카인으로 올림픽에서 뛰는 기회를 얻었다”며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은 중남미와 멕시코의 아이들이 겨울 스포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넣고 싶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피겨 경기 기간에 카리요를 향한 인기가 높아졌다고
전하며 “멕시코 전역과 전세계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응원을 받았다.
그중엔 어릴 적 좋아한 소녀 리사도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비록 상대적이긴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보기 드문 성공 스토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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