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악동은 공존 할 수 있을까?’
NBA 시즌 개막전 브루클린 네츠는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도 그럴 것이 주축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보면 리그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하든과 케빈 듀란트는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으며 카이리 어빙 또한 한팀의 에이스로 손색없는 가량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당연스레 빅3라는 명성이 따라붙었으며 비시즌 내내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간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름값 높은 선수가 모였다고 무조건 우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농구는 팀스포츠다. 잘하는 선수가 뭉쳤다고 꼭 그만큼의 효과가 나지는 않는다.
해당팀 전술에 맞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서로가 단점을 메워주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야만이 시너지가 올라간다.
더불어 각자가 스타 의식을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 역시 필요하다.
2007~2008시즌 보스턴 셀틱스에 22년만의 우승을 안겨줬던 케빈 가넷, 레이 앨런,
폴 피어스 트리오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반대로 찰스 바클리, 하킴 올라주원,
스카티 피펜의 휴스턴 로케츠, LA의 전당포 라인업 등은
이름값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노출했다.
하든, 듀란트, 어빙의 빅3는 후자에 가까웠다. 기량이 한창 때다는 점에서 노장 군단과의 비교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성적만 놓고 봤을 때 별다를 것도 없었다. 크고 작은 부상과 여러
가지 사건이 끊이질 않았고 주축 선수간 조직력도 삐걱거렸다. 당연스레 분위기도
좋지않았고 그가운데 불화설까지 들려왔다. 잘될래야 잘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좋은 조합도 시너지가 나지않으면 소용이 없다. 결국 브루클린은 칼을 뽑아들었다.
필라델피아로부터 벤 시몬스, 세스 커리, 안드레 드러먼드+
1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제임스 하든과 폴 밀샙을 내줬다.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하든과의 동행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든은 보냈지만 젊고 가능성 넘치는 시몬스를 얻었고 벤치 역시 제대로 보강했다.
이번에도 문제는 이른바 ‘변수’다. 빅3를 모으던 시점에서
브루클린은 안좋은 상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빼어난 3명의 기술자를 통해 대권에 도전할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안좋은 변수가 줄줄이 터졌고 결과는 시즌 중 해체였다.
사실 브루클린의 팀 분위기를 흐리게만든 것은 카이리 어빙(29·188cm)이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빙은 아마 시절부터
인정받던 최고의 재능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라고 하기에는 2%부족하다.
탁월한 운동능력과 더불어 빼어난 볼핸들링을 바탕으로한 현란한
개인기는 리그 최고 수준이지만 결과로 보여준 것은 적다.
본인은 자신을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 에이스라고
자부하지만 정작 한팀을 제대로 이끌 재목이라는
데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실제로 리더가 되려는 어빙과
따르지 않는 팀원들로 인해 불협화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력은 있지만 멘탈, 리더십 등에서 동료들의 인정을 못받기 때문이다.
외려 잊을만하면 사고를 치며 골칫덩어리 이미지만 깊어지고 있다.
브루클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시즌 자신만의 신념에 빠져 코로나 백신접종을 거부하며 제대로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등 팀내 분위기를 흐리는 원흉으로 지목됐다. 우승에 배고픈 하든은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고 가뜩이나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브루클린은 빅3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사고는 어빙이 치고 떠난 것은 하든이 된 꼴이 됐다.
어쨌거나 팀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던 브루클린은 마음이 떠난 하든을 내보냈다.
문제는 그렇게해서 받은 선수가 벤 시몬스(25‧211cm)라는 사실이다. 어빙이 브루클린의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 주범이라면 시몬스는 필라델피아를 힘들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 후 구단과 마찰을 빚어온 그는 경기 출전을 거부하고 막무가내로 트레이드만 요구해왔다.
이번 시즌 1경기도 출전하지 않은 채 1,900만 달러가 넘는 벌금을 낸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신의 감정이 상하면 아무것도 둘러보지 않는 성향이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이 하든과 트레이드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몬스는 기량 자체는 검증된 선수다.
시몬스가 유명세를 떨친 것은 211cm의 엄청난 신장으로 포인트가드를 본다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장신 1번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빅맨의 사이즈를 갖춘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기에 단순히 키만 큰게 아닌 가드같이 뛰고 가드같이 플레이한다는 점에서 사기캐릭터로 주목받기도 했다.
역대급 피지컬에 운동능력까지 탁월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시몬스는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직 나이도 젊은지라 발전 가능성도 풍부하다. 1번을 주로 맡는 선수답게 준수한 시야와 패싱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4~5번의 사이즈로 가드처럼 달릴 수 있는 선수답게 수비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다.
스피드와 신장이 모두 되는지라 어지간해서는 미스매치가 나지않는다.
빠른 가드를 따라갈 수 있는 발이 있고 상대 빅맨에게도 밀리지 않는 높이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라델피아에서는 진작부터 시몬스를 센터 조엘
엠비드(28‧213cm)와 함께 팀의 미래로 낙점지은 바 있다.
브루클린 입장에서 시몬스는 ‘양날의 검’이다. 시몬스는 장신 1번으로서도 역대급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도 역대급인 부분이 있다. 그는 리그를 통틀어서 최악의 슈팅력을 갖춘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힌다.
3점슛은 없다시피하며 자유투 조차 좋지 못하다. 단순히 가드로서가 아닌 어지간한 빅맨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제2의 르브론 제임스가 될만한 재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도약하지 못한 이유다.
이는 새로운 팀 브루클린에서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어빙을 비롯 케빈 듀란트 거기에 트레이드때
함께 온 세스 커리까지 있는지라 전략적으로 잘만 조화가 된다면 필라델피아 시절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시몬스는 신경써서 잘 써야 효과가 나는 카드다.
자칫 삐딱선을 타게되면 필라델피아 때의 갈등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어빙, 듀란트, 시몬스는 매력적인 조합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존의 시한폭탄에 더해 새로운
시한폭탄이 추가되었다는 점은 안정감 못지않게 불안감도 안겨주는 것이 사실이다.
브루클린의 새로운 빅3가 이런저런 우려를 경기력으로 씻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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